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889회] 수락산 산행기
2020.03.09 Views 132 박성원
수락산 산행기
일시 : 2020년 3월 7일
장소 : 수락산
참석 : 박찬익 회장, 김현호, 박성원, 부길만, 오상환, 이정수, 이정일, 최태경, 허진(9명)
13:30 당고개역 도착
13:47 수락산 학림사 입구 도착, 수락산 산행일정 시작
14:05 학림사 도착
14:15 학림사 출발
14:30 학림사 위 500m 지점인 당고개역 전경의 조망점
14:44 용굴암 입구
15:00 도솔봉 아래 전망대
15:23 도솔봉 밑
15:26 도솔봉(540m) 도착
15:55 치마바위
16:05 코끼리 바위
16:20 철모바위
16:37 수락산 주봉(637m)
17:00 기차바위 하산(9명 전원 10분)
17:15 장암역 방향과 도정봉 방향의 갈림길에서 장암역 방향으로 하산 결정
18:25 석림사 도착
19:00 장재울 토종 순대국
20:10 장암역(7호선) 승차 해산
3월의 첫째 주는 그해의 ‘시작’을 의미하는 주일로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다지고 생동감을 불어넣는 시기이다. 신학기의 시작이면서 봄의 시작이기에 더 더욱 시작의 의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 3월의 첫 번째 주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신학기의 첫 수업이 늦춰져 시작의 의미를 퇴색해 버렸다. 시작해야 하는데 시작하지 못하는 막힘과 답답함이 어우러져 생동감을 잃고 무기력에 빠질까 염려스럽다.
이럴 때 한국출판인산악회 총무로써 회원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건강과 친목을 더욱 다지고자 자신감있게 수락산 종주를 계획하였다. 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수락산 정상에도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이트에서 잘 검색하면 당연히 나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믿었다. 특히 카카오맵은 산행길도 거리와 시간까지 잘 표기해 놓아 철저히 믿었기에 카카오맵의 ‘길찾기’ 메뉴로 거리 측정과 시간 안배를 조정해 가면서 나름 열심히 공부한 결론을 내놓았으므로 참석하신 회원님들께서 매우 만족하리라 예상하였다.
당고개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하여 마을 언덕길을 조금 올라오니 수락산 학림사(水落山 鶴林寺) 표석이 크게 눈에 띈다. 학림사에서 수락산 초입임을 알릴뿐 아니라 절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높이 약 1M 50cm 정도의 무거운 돌로 세워놓은 듯 하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47분이었다. 이제부터 오늘의 코스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시작이니 반드시 종주한다는 각오를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한국출판인산악회 회원이면서 처음으로 안내자 역할을 맡은 임무이기에 게다가 총무이므로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저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려 기꺼이 참석하신 박찬익 회장님을 위시하여 김현호, 부길만, 오상환, 이정수, 이정일, 최태경, 허진(성명 가나다순) 회원님께 속으로 감사를 드리면서 선두에서 걷기 시작하였다.
오후 2시 5분 학림사에 도착하였다. 초입에서부터 20분 동안 걸었지만 동행하신 회원님의 재미있는 산행 경험의 이야기로 너무 쉽게 올라왔기에 앞으로의 산행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리라 굳게 믿게 되었다. 저와 함께 먼저 도착한 회원은 후미 일행을 기다리고, 저 혼자 학림사에 들러 전경 사진을 몇 장 찍고 또 학림사에서 바라본 불암산도 찍어 보았다.
학림사에서 표기해 놓은 연혁에는 신라시대 문무왕 때인 671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고 지리적 위치는 학지포란(鶴之抱卵) 형국이라는 것이며 특히 모든 소원이 성취된다는 영험있는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연혁에서 풍수적 단어인 학지포란(鶴之抱卵)이 눈에 띄었다. 학지포란(鶴之抱卵)은 풍수용어로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알은 인물을 상징하고 학이 알(인물)을 품고 있으니 매우 뛰어난 인재가 잉태되거나 탄생한다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수락산 초입에서 학림사까지의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걷기도 수월하였다. 앞으로의 코스도 순탄하리라는 믿음의 감상에 빠져보기도 한다.
10분간의 휴식으로 땀을 식힌 후, 학림사 옆길을 들어서니 본격적인 언덕의 산행길이다. 500m 정도 오르니 불암산 정상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올라왔던 당고개역 마을 전경을 아련히 볼 수 있는 넓은 바위가 나타난다. 살짝 흘렸던 땀방울을 적당히 식혀주는 바람과 시원한 앞트임으로 나의 만족지수는 더욱 높아만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이 산 코스를 잘 선택하였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이 한껏 부풀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인지 올라오고 계시는 회원님께 인증하듯 더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는 여유로움이 넘쳐나고 있었다.





오후 2시 30분에 도착한 넓은 바위 조망점에서의 여유를 만끽한 후, 10분간의 휴식을 끝으로 또 위로 오르기 시작한다. 용굴암 입구를 지나고 나니 당고개역 3번 출구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곳에 이른다. 이곳에 이르러서 이정일 고문님께서는 매우 중요한 산행 포인트를 말씀해 주신다. 코스는 안내자가 선두에 서서 가기 때문에 후미의 회원은 안내자를 보지 못할 수 있다. 만약 갈림길이 나오면 안내자는 후미의 회원을 위해 정확한 길을 안내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좌측길인지 우측길인지 표시를 해놓을 수도 있고 산악회 특유의 함성으로 선두와 후미의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표시와 함성은 안내자의 몫이라도 항상 회원간의 연락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무는 한국출판인산악회 특유의 함성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고문님의 함성을 몇 번 따라해 보지만 역시 헛 함성만 울리고 만다. 오늘 산행에서 매우 중요한 산행 포인트 하나를 배웠다.
잠시 머리를 가다듬고 위로 오르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 다른 느낌의 경사도가 나온다. 설마 지금보다 더 힘들겠어? 라는 생각으로 위로 전진하니 지금까지의 경사는 워밍업에 가까운 것임을 몇 발자국을 딛고 나서야 깨닫는다.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발걸음의 보폭은 좁아지고 한숨은 자꾸 나오고... 산행의 행복을 찾는 여유의 낭만보다 인내의 고통이 더 요구되는 시점에 이른다. 거친 숨소리로 오르고 또 오르고, 앞에 뭔가 있는지도 모르고 누가 말을 붙이면 대답할 겨를이 없을 정도의 지점에 이르렀을 때 도솔봉이라는 말에 반짝 힘이 솟았다. 하지만 도솔봉이 아니고 탱크바위였다. 물론 집에서 검색하여 알게 되었지만...
네 발로 겨우 겨우 걷고 기고 하여 드디어 도솔봉에 올랐다. 도솔봉에 오르는 마지막 코스는 나에게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었다. 그래도 무조건 올라 정복해야만 했다. 나의 의지의 증표이기도 하고 회원에 대한 무언의 약속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도솔봉을 정복하니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성취감에 도취되었다.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출되어 만족의 흥분지수가 점점 높아졌다. 이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산행의 시간 조절의 실패에 대해 불안감이 엄숙해왔다. 나의 계획에 의하면 도솔봉 정복은 오후 2시 30분 이어야 하는데 벌써 3시 30분이라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도솔봉 밑에서 잠시 쉰 후, 수락산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오후 3시 55분 경에 치마바위에 이른다. 바위 맨 꼭대기를 쳐다보니 너무 높아 아득해 보이기도 하고 또 올라갈 때 잡을 수 있는 나무나 밧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저 바위 위로는 가지 않겠지? 의심도 해 본다. 그런데 이정일 고문님께서는 먼저 솔선수범하시면서 앞장서서 나아가고 허진 사장님께서는 재미와 스릴 있는 매우 좋은 행로이며 종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코스로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으악!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지만 옆으로 빠지는 길은 없어 보인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겁을 먹고 공포에 질려있는데 재촉하는 회원이 원망스럽기만 하였다. 내가 왜 이 길을 산행 계획에 포함시켰는지 나 자신부터 원망해야만 했다. 산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이 나의 부족함이자 수락산 정상에 한 번도 와 보지 않았던 나의 미숙함이 결국 나의 오류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이 또한 나의 책임이라면 공포를 숨기며 오르기로 하였다. 결국 앞서 오르신 이고문님의 발목을 두 손으로 붙잡고 나의 뒷발은 허진 사장께서 손으로 받쳐주어 겨우겨우 올랐다. 오르자마자 배낭을 벗고 바로 눕게 되었다. 떨리는 내면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내 몸의 균형잡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어지럼증이 생기고 토하려는 듯 위장상태가 좋지 않았다. 공포의 긴장과 한 발 한 발 내딛는 몰입 때문인지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목은 너무너무 탔다. 빌리지 말아야 할 생명수를 부길만 부회장님의 생명수를 결국 얻어 마시게 되었다. 너무 고마웠다. 심장은 떨고 있고 심정은 후회와 원망이 교차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을 할 수가 없었다. 뒤돌아보니 짧은 순간이지만 도솔봉까지가 나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인증 샷은 찍어야 하니 멋진 포즈를 취해본다.

수락산에서는 이렇게 위험하고 공포스러우며 무지막지한 바위 코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다. 나의 심장과 위장을 진정시켜 놓고 앞으로 출발하여 10분 후인 오후 4시 5분 경에 코끼리 바위에 이른다. 아아!!! 나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만다. 공포의 바위 코스가 또 있다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앞 사람만 따라가자는 무심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무심의 순간에는 이성적 판단과 결정을 하지 못하지만 동물적인 무의식의 행동이 나오나 보다. 이번에도 조바심으로 무사히 통과하였다. 통과하고 보니 나에게도 동물적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후 4시 20분 경에는 이름도 모르는 바위 코스에 이른다. 분명한 것은 내려가는 코스인데 바위로만 이루어져 있고 밧줄도 없다. 위에서 본 바위 밑까지의 거리는 왜 그렇게 멀어 보이고 좁은 통로 깊이는 왜 그렇게 깊어 보이는지... 손잡을 곳도 없어 보이고 발디딤 할 곳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내려가는 바위 코스가 올라가는 바위 코스보다 더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사실이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무심의 행법으로 무의식적으로 바로 앞 회원만을 바라보고 따라가고 있었다. 이번 내려가는 바위 코스에서도 이정일 고문님과 허진 사장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다행히도 사진에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 나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어서 안심이다. 두 분께 두 번이나 신세를 지게 되었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사실 바위 코스에서의 공포와 무심의 무의식적 행로로 도솔봉에서부터 수락산 주봉까지의 시간 계산은 정확하지 않다. 무심으로 앞 사람 발자국만 따라갔기 때문에 시간을 계산할 심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찍어놓은 사진과 행로를 차분히 회상하면서 유추하여 거의 시간 계산을 맞춰 놓았다.
바위 코스를 몇 번 지나고 나니 체력보다 기력이 먼저 급격하게 떨어짐을 느끼게 된다. 기력을 보충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순간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사전에 공지한 산행계획의 거리와 시간이 2배로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은 초조해지고 회원님께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하지만 오히려 내가 제일 늦는다. 수락산 주봉 밑에서 위를 보니 51m 남았단다. 이 길을 오르는 계단은 다른 계단 폭보다 더 높아 보이고 경사도는 왜 이리 가파른지...
오후 4시 40분 거의 기다시피 수락산 주봉에 이르러서야 안도의 한숨과 정복의 성취감을 만끽해 본다.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지만 거의 1시간 정도 늦게 되었다. 마음은 초조하더라도 인증 샷은 필수리라... 수락산 주봉에 올라서 전 회원이 파이팅!을 외치며 한국출판인산악회의 자부심을 인증 샷에 담아본다.

약 1시간 정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오늘의 수락산 종주 코스를 계획대로 진행되리라는 생각으로 내 자신부터 재촉해 본다. 근데 한 번도 안 가본 코스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한편으로는 최고봉에서 내려가는 길이라 새롭게 의지를 다지면 목적을 달성하리라 은근히 기대해 본다.
오후 5시에 기차바위에 도착하였다. 위에서 보니 바위로만 이루어진 까마득한 길이다. 100m 이상 될 것이라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인지...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서인지 기차바위에서는 공포보다 회원 간의 약속이 먼저라는 일념으로 정신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전 회원이 모두 내려오는 데 거의 10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길긴 길었다. 위아래에서 회원의 밧줄타기 모습을 사진으로 여러 컷 담아 놓았다.









기차바위는 밑에서 보아도 흉측스러울 정도로 두렵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런 코스를 즐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모든 회원님께서는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만약 내가 다시 이 수락산에 온다면 이 코스를 지나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본다.
오후 5시 15분이 돼서야 장암역으로 내려가는 코스와 도정봉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계획된 시간보다 1시간 늦었다. 이 정도이니 이제 안내자의 말은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계획대로 끝까지 가고 싶었다. 믿음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다수 회원님께서는 도정봉을 거쳐 동막봉으로 가려면 해가 떨어져 야간 산행이 될 것이며, 랜턴이 없으면 매우 위험한 코스이므로 장암역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회원님의 공론으로 장암역으로 내려가게 되었지만 내 마음은 도정봉을 거쳐 동막봉으로 가는 지옥행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카카오맵의 길찾기로 거리와 시간을 책정하였던 것이 나의 오류요 실수이므로 회원님께 할 말은 없어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 죄송합니다.
장암역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여유와 낭만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매우 넓은 바위 쉼터가 멋들어지게 놓여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등산화를 벗은 발을 차가운 바위에 냉찜질하듯 비비고 흐르는 차가운 물에는 손도 담가본다. 오늘 일정에 제발 사고없는 산행이 되도록 기원하였던 것이 무사히 이루어져 수락산 산신령께 감사드리고 회원님께도 감사드린다. 휴식하는 동안 주고받는 덕담에서 회원님들의 심적 여유가 느껴져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후 6시 25분에 처음 와보는 석림사에 도착하였다. 오늘의 산행 일정은 여기에서 마무리 한다. 무사 귀환을 축하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하다. 그리고 아쉽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수락산을 되돌아보니 저 너머에 달이 밝아지고 있다. 저 달이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 하여 힘차게 찍어본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락산 일정에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격려와 응원해주신 모든 회원님께도 끝까지 읽어주시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출판인산악회는 회원의 관심과 동참이 굳건하여 명성과 위상이 높아졌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저 또한 자랑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