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815회] 운길산
2018.10.15 Views 54 박찬익
2018. 10. 6. 수종사~운길산~새재고개~새재골(버스)
*동행인; 박찬익, 오상환, 이정수, 이정일 (4명)
*산행코스;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새재고개~새재골(마을입구)
*날씨; 오전 비, 오후 맑음
*산행시간 4시간 30분
*운길산역(13;30)~수종사(14;30~14;55)~운길산(15;30~15;50)~새재고개(15;05~17;10)~새재골마을(18;00)~버스~덕소역/개성면옥(뒤풀이)

태풍 콩레이(kong lay)가 4일부터 오늘(6일)오전까지 3일간을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리고, 특히 제주도와 남부 부산, 울산, 포항, 경주를 강타하여 피해를 입힌 중대형 태풍이다. 원래 오늘은 경주 남산코스를 1박2일로 탐방할 예정이었는데, 태풍으로 인하여 전격 취소, 연기하고 그저께 일정을 급하게 바꾼 코스이다.
나는 다른 일정도 있고 또 지인의 혼사까지 겹쳐서 경주 탐방을 불참 통지한 상태였다. 3일째 연속으로 비는 억수로 쏟아지는데 12시의 결혼식은 안 다녀올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오후엔 혼자라도 가까운 산행을 할까 하다가 결혼식장을 1시간 전에 일찍 눈도장만 찍고 다녀온다면 우리 산악회의 집합시간(13시 30분)을 맞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부랴부랴 12시 결혼식장엘 1시간 전인 11시에 도착하여 얼른 봉투만 전달하고, 박회장에게 전화를 거니 오늘 산행을 취소하고, 혼자라도 가까운 아차산 정도를 다녀와야 될 것 같다며 망설인다. 참석하기로 한 최태경 고문께도 전화해서 양해를 구했단다. 그렇다면 나도 오늘 참석할 테니까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자니 박회장은 거제서야 반가워하는 눈치이다.
그리고 영등포 예식장에서 귀가하는데, 마음은 콩닥콩닥 급해지기 시작하고 도로는 정체되어 안절부절못한다. 오늘따라 출발장소가 운길산역이 뭐람! 거의 2시간은 걸리잖아. 원망도 해 보지만 오후엔 비가 그친다는 예보도 있어 산악회 카페를 들어가 보니 오상환 부회장이 참석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때부터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이정수 님의 약속을 받는다.
운길산역에서 13시 17분에 내리는데 박찬익 회장, 오상환 부회장, 이정수 사장님과 본인 등 4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 전동차에서 각각 내린다. 운길산역 주변은 엊그제 분위기가 아니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을 작정이었는데 모든 식당들이 일제히 정비되어 결국은 빵조각과 우유로 점심을 대용한다. 서을 출발할 땐 우산을 들었지만 이젠 간혹 햇빛이 쨍쨍하다.
우선 서울과는 전혀 다른 상쾌한 공기가 마음에 든다. 시원한 바람, 이번 태풍으로 어수선하게 떨어져 제 멋대로 흩어진 낙엽, 서서히 물 들어가는 오색 단풍들 틈에 이젠 양지쪽이 더욱 친근하기도 한다. 4명의 오붓한 산행이다. 오순도순 출발 1시간 만인 13시 35분에 지금까지 산행에서 늘 지나치기만 했던 천년고찰 수종사(수종사)에 이른다.


두물머리 양수리 전경이 탁 트이고 한강상류가 유유히 조망되는 수종사(水鍾寺)엔 예부터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시서화를 수없이 남긴 곳이다. 오죽했으면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학자 서거정(1420~1488)이 동방 경관의 일번지라고 까지 극찬했을까. 조선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금강산을 다녀오다가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을 때 일화가 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깨게 되었는데,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바위굴 안에 18나한이 있고, 이곳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퍼진 것이다. 그 이후 세조는 이곳에 절을 짓고 水鐘寺라 명명하였다. 보물로 지정된 5층 석탑, 특히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은행나무의 우람함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터트린다.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송인, 이이 등이 머물며 남긴 시 몇 수가 전해지기도 한다. 특히 물맛이 좋아 차와도 인연이 깊은 수종사에는 통유리로 시원하게 한강을 조망하며 마실 수 있는 ‘삼정헌’이란 다실이 있다. 우리 아예 신발을 벗고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격식 나게 녹차 한 잔의 여유와 자유를 가진다.
서거정이 극찬한 동방 제일의 절경에서, 이정수 님의 따르는 녹차 한잔은 고귀함으로 초의선사의 다도(茶道)를 음미하는데, 물론 찻값은 무료이다.


그러나 수종사로 오르는 길은 초보자에게는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일주문 입구까지는 가파른 포장길에 경사가 무척 급하고 폭이 좁아 아찔한 구간도 있다.
수종사를 나와 운길산까지는 가파른 계단 길을 빡세게 올려쳐야 한다. 산길에 떨어진 토종 산밤도 주어야 하고,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나무 숲 앞에서 사진도 찍어가며 바쁘게 오른다. 수종사를 출발하여 30분 만에 운길산 정상에 도착하니 태풍이 언제 지났느냐는 듯 파란 하늘에 흰 구름만 떠돈다.

흰 구름 사이로 햇빛이 쨍쨍 비치는 전망 좋은 정상에서 ‘거봐! 오늘 등산 오길 잘했지’ ‘만약 오지 안 했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일 년 중 오늘이 가장 등산하기 좋은 날씨야!’......
운길산은 610m의 비교적 높지 않은 산이다. 옛날에는 조곡산으로 불리었으나, 이 후 구름이 바람에 떠돌다가 조망 경치가 너무 좋아 머물렀던 산이라 하여 ‘운길산’으로 붙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머리에 이고 태풍이 휩쓸고 간 능선길을 앞서 거니 뒤서 거니 유유자적 걷는다. 높낮이도 많지 않은 오붓한 산길에는 이른 단풍잎이 오색물감을 씌운 듯 하다. 호우 5시 5분에 목적지인 새재고개에 이른다. 새재고개는 천마지맥과 합쳐지는 고개이다.


천마지맥 또는 한북천마지맥(漢北天摩支脈)은 한북정맥상에 있는 운악산과 수원산사이에 있는 424.7봉에서 동남쪽으로 분기하여 주금산~철마산~천마산~백봉~갑산~적갑산~예봉산을 지나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수점인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로서 도상거리 약 49km를 말한다.

새재고개에 비치는 태양도 서서히 기울고, 마을 입구에서 6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안성맞춤일 것 같아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중에 있는 새재골 여러 음식점들도 일제히 정비되어 더욱 상쾌하다. 5시 55분, 새재마을 입구의 큰 표지석에는 ‘갑산’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때마침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덕소역앞까지 와 ‘개성면옥’에서 멋진 산행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