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796회] 치악산
2018.05.29 Views 65 박찬익
치악산의 용과 꿩(구룡사~상원사) 사이를 걷다.
박경미
일 시 : 5월 26일
참석자 : 이정수, 김현호, 채호기, 박연, 박경미, 박찬익, 안준영-박연사장님 친구 (총 7명)
우면산 참석자 : 주성필, 박선진, 천승배 (총 3명)
내게는 참으로 고난도 과제인 6시 30분 출발을 오늘도 표면적으로는 완벽하게 해낸다. 보류한 수면을 위하여 손수건을 접어 눈을 덮어 묶는다. 가상한 노력이 항상 응당한 결과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듣지 말아야 할 회원들의 쾌활한 대화가 고스란히 청각에 잡힌다. 임순재 부회장님의 89세 모친상, 잠에서 늦게 깨어 산행 동참을 놓친 회원, 강동 어디 쯤 이케아 개점 관련 아파트 시세 폭등….
광주 휴게소에서 7인의 일행은 아침 식사를 한다. 휴게소 식사는 언제나 실망스럽다. 나는 김밥 한 줄을 먹는다. 디저트로 마신 까페모카가 식사의 불만족을 상쇄한다. 눈이 부시는 화창한 날씨에 민소매를 입은 여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컨디션이 저조한 나는 살짝 한기마저 느낀다. 컨디션 향상을 위하여 또다시 손수건을 두르고 창밖의 풍경을 포기한다. 구룡사 주차장 전방 3킬로, 점심 식사로 김밥을 산다고 들린다.

아홉 마리 용에서 유래된 구룡사, 몇 년 전에 출판인 산악회에서 다녀갔다고 한다. 등천하는 용 한 마리가 보인다. 나머지 8마리를 찾기도 전에 계곡에 손발이라도 닿으면 고발 조치하고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곳곳의 포고문에 반발심이 끓어오른다. 접근불가에 대한 명분을 제시하든지 만인에게 자연의 만끽을 보장함이 마땅하다. 그림의 떡은 먹을 수 없고 먹을 수 없는 떡은 무슨 소용이랴?



치악산 정상 비로봉까지 4.9킬로에 이르는 사다리병창, 병창은 벼랑의 방언이라 하니 이름 그대로 사다리를 타고 벼랑을 오르내려야 한다. 사다리를 오르며 한눈에 들어오는 치악산 산세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이정수 상무님, 치악산 기운을 온몸에 담으시네. 일행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는 염려로 “본인이 안 보이면 오던 길을 되돌아 상원사로 간 것”으로 알라고 당부하는 김현호 사장님, 깔끔한 성격을 미루어 알 수 있겠으나 동고동락하는 산행도 좋습니다.



끝이 없는 길은 없는 법, 마침내 비로봉에 오른다. 누군가의 소망을 이루는 높은 돌탑이 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세례를 받는다. 짧은 호(弧) 모양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치악산은 비슷한 높이의 여러 봉우리들이 가을의 탐스러운 국화꽃처럼 한 덩어리 안에서 솟구쳐 올랐다. 정상의 인파를 피하여 조금 내려와 점심 식사를 한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역시 안 넘어가는 김밥 대신 박연 사장님 초대로 오신 안준영 님의 홈 메이드 쑥떡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 후, 산행으로 못 가는 회원들을 대표한 박찬익 회장님은 임순재 부회장님 모친상 조문을 위하여 입석사로 길을 잡는다. 영전에 분향재배는 못 하지만 멀리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민폐 운운하며 상원사로 차량 이동한 김현호 사장님과 조문을 간 박찬익 회장님을 제외한 5인은 다시 걷는다.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에 쏟아 낸 만큼의 수분 보충으로 물이 비상이다. 희한한 풍경 목격, 태극기의 빨강 파랑의 경계처럼 능선 좌측으로는 무성한 침엽수가 하늘을 찌르듯 어두운 숲을 이루었고 우측엔 활엽수들이 질세라 그들만의 숲을 이루었다. 좌우분단의 숲이 한참 이어진다. 칼로리 소모량이 많으니 배가 자꾸 고프다. 이정수 상무님이 홍삼캔디를 건네신다. 꿀맛이다.
헉헉거리며 철 계단을 오르니 비로봉이 아득히 보이는 전망대다. 치악산 산삼을 일행 몰래 드셨나,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신선처럼 치악산 여기저기를 훑으며 일행을 기다리는 채호기 교수님.
구룡사~사다리병창~비로봉~곧은재~향로봉~남대봉을 걸었다. 상원사 0.7킬로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흐흐흐!”
괴기스러운 웃음이 통제 불가다. 남은 에너지를 총동원한 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단풍이 아름다워 갖게 된 적악산에서 상원사의 종에 온몸을 부딪침으로써 보은한 꿩으로 말미암아 치악산으로 개명되었다 한다. 상원사 앞에 도착, 귓등을 스치는 안준영 님의 5.1킬로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해냈다는 자축감에 휩싸이는 순간 번뜩 정신이 든다.
당연히 기다리고 있어야 할 버스는커녕 사찰이 산중턱에 떠 있다. 탐방소 5.1킬로라는 이정표가 너무나 야속하게, 당당하게 서 있다. 심신 녹다운! 비로봉에서 상원사까지가 10.5킬로이다. 그 절반을 더 가야 한다. 맛없다고 안 먹은 김밥의 반격인가, 사력을 다해 왔는데 갑자기 5.1킬로를 더 가라니, 헤드랜턴도 안 가져왔는데…. 반드시 어둡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허기(虛飢)로 속도가 점점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너덜 길이다. 박연 사장님이 영양갱을 건넨다. 처음엔 거절했으나 나로 인한 일행의 하산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김현호 사장님 심정을 십분 이해하며 영양갱을 먹는다. 기운이 난다. 다시 속도가 붙는다. 탐방소 2.9킬로 이정표가 세워진 작은 주차장에서 일행들과 합류한다. 택시를 불렀지만 운행 거리를 이유로 거절당한다. 다시 5.1킬로 중의 나머지 2.9킬로를 걸어 먼저 와 기다리는 김현호 사장님과 합류한다. 8시가 조금 넘었다. 센스 백 점의 김현호 사장님이 하산 시간에 맞춰 미리 주문한 토종닭볶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며 10시간에 걸친 약 22킬로의 치악산 능선 종주 후담을 나눈다.



* 우면산 산행
참석자 : 주성필, 박선진, 천승배 (총 3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