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794회] 북한산
2018.05.15 Views 76 박찬익
2018. 5. 12 (토)/제1794회 북한산 산행기
이정일
* 구파발~은평한옥마을~대머리봉~향림 숲~탕춘대~녹번역
* 단독 홀로산행 / 이정일
* 종일 비오고 안개, 바람
* 산행시간 / 13:30~17:15분 까지 (3시간 45분)
12;50 구파발 도착
13;00 펀치볼시래기 비빔빕 점심식사
13;30 구파발 2번 출구/산행 시작
14;06 은평둘레길(진관사 입구 0.62km지점)/우
14;11 진관사 입구/하나고등학교 옆 도로횡단/은평 한옥마을
14;18 북한산둘레길/불광동, 효자동 갈림길/우
14;29 인덕원/구름정원길(진관생태구름다리)/급좌/오르막
14;39 시산제 지내던 갈림길/탐방로 포기하고/직진
15;05~15;10 대머리봉~정상/바람 거칠고 비와 안개 자욱
15;15 향로봉사거리(고개)/좌 삼천사 방향/직진 사모바위/향림사지 방향/우
15;25 향림담/전나무 숲
15;33 불광동~수리(족도리)봉 갈림길/좌
15;39 향로오거리/우,수리봉/좌,향로봉/직,탕춘대 방향으로
15;50 탕춘대 성곽
15;54 탕춘대 매표소
16;12~16;19 탕춘대성문 휴식/통과
16;29~16;35 휴게소 간식
16;44 녹번 갈림길/녹번 탐방길/좌
16;49~15;53 전망대/장군바위
17;02~17;05 증산역 방향/좌측으로 틀어 체육시설/우
17;15 녹번역 2번 출구 / 도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 간다.’ 한국출판인산악회 창립 취지이다. 36년 동안이나 쉼 없이 잘 지켜왔는데 오늘은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어쩐지 1794회째 산행을 건너 뛸 것만 같은 예감에 고향 문경인산악회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른 전철 3호선에 오른다.
오상환 부회장은 참석하려나 하고 문자를 보내니 지인 결혼식이 있어서 대구로 가고 있단다. 그래도 혹시 등록을 하지 않고 누군가는 참석할 수도 있으니까 내 이름으로 등록이나 좀 올려 달라고 부탁하고 구파발 전철역에 내리니 12시 46분이다. 그러나 1번 출구인지 2번 출구인지도 헷갈려 산악회 홈페이지를 급하게 뒤지니 역시 공지하지 않았다. 이 또한 알아서 하라는 건가보다.

그래도 40분이나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식당을 이용하여 펀치볼시래기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1번과 2번 출구를 왔다 갔다 하며 오후 1시 30분을 기다린다.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고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한 두 명도 정도 이상은 되지 않는다. 하기야 비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데 바람 불고 안개 낀 날씨에 ‘나 같이 산에 미친 사람 아니고서야’ 어디 선뜻 나서는 사람 몇 명이나 되랴 하고 푸념을 한다.
그래도 등산로 입구에서 인증샷이나 하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지나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이제 포기할까보다 하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한 쌍의 연인이 오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부탁하여 겨우 찍는다. 배낭 카버도 씌우고 우산도 썼다고는 하지만 나무테크 계단을 오르는 시작부터 빗물이 틔기 시작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이라는데 싱그러운 수풀 속에서도 유달리 아카시아, 이팝나무꽃이 빗물을 흠뻑 담아 등산길로 축축 늘어져 우산조차 빠져 나가기가 힘들다. 10분, 30분을 걸어도 인적이 없는 산행이다. 어차피 단독산행인 것을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누가 간섭하는 이도 없는 완전 자유인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 대는 /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 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빈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의 ‘향수’가 더욱 그립다.
랜터 윌슨 스미스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박건호의 ‘빗소리’...........

은평둘레길가에 간간이 세워 놓은 안내판의 시(詩)도 감상하고 텅 빈 체육시설도 들려 보며 진관사 입구에 새로 조성한 은평 한옥마을을 지난다. 우리 것은 언제 보아도 정겹고 따뜻하다. 비오는 한옥마을에 늙은 느티나무가 고향마을을 연상하게 하고, 언덕배기 넘어 실개천이 흐른다. 대문 앞에서는 금방이라도 늙으신 부모님이 쫓아 나와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은 한옥마을, 골목길을 굽이돌아 진관 구름다리 공원 아래서 둘레 길 따라 좌측으로 길을 튼다.

오늘따라 더욱 처량한 내시들 비석 앞의 계단을 따라 능선길에 올라서니 좌측으로는 지난 번 시산제를 지냈던 둘레길이고, 직진을 하면 대머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둘레길을 따라 불광역으로 가자니 일찍 하산하는 기분이고, 대머리봉으로 가자니 바람이 너무 불고 안개가 자욱하여 쳐다보기만 해도 컴컴하다. 잠시 갈등하고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한다는 생각으로 대머리봉 방향으로 직진이다. 2시 40분이다.

오르막을 20여분을 힘차게 치고 올라 전망 좋은 곳에 이르니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두 부부가 휴식을 다정히 취하고 있다. 이들은 거친 날씨에 혼자 오르는 나를 보고 짐짓 놀라는 표정이다. ‘나만 미친 줄 알았는데 두 분도 정상이 아닌가 봐요!’ 하고 인사를 하니까 ‘그러게요’ 하며 모처럼 만에 사람 만나 한 바탕 웃는다.
3시 5분에 오른 대머리봉은 역시 안개비에 스산하고 컴컴한데 여기에 바람도 세차다. 물론 대머리봉은 내가 임시로 지은 이름이다. 비는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여 사진으로 인증샷도 불가능하고 바람이 거칠게 불어 우산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물 한 모금 마실 장소도 없고 허공을 향해 ‘아이야야야.... ’구호한 번 내지르고는 정상을 거쳐 향로봉 사거리에 이른다. 우측 향림사지 방향으로 길을 틀어 3시 25분에 향림담 솔숲에 도착한다. 향림담? 여기에 무슨 소(沼)나 폭포수라도 있다는 얘기인가?
향림담 전나무 숲을 5분 쯤 내려오면 삼거리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서 또 갈등이 생긴다. 바로 하산하기도 이르고, 산행을 3시간도 못했다면 회원들에게 그 후환을 감내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것 같아 좌측인 수리(족도리)봉 쪽으로 다시 방향을 꺾는다. 그리고 향로봉과 족도리봉 능선길 오거리에 이르니 3시 40분이다. 여기서 부부동반 10여명의 등산 팀을 만난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전망 좋은 곳에 도착하면 인증샷이라도 남기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그런 곳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해 빈번히 그냥 지나쳐 왔다. 그러나 막상 이 팀을 만났을 때는 찍을만한 장소가 아니다.

하는 수 없이 3시 50분에 탕춘성곽으로 건너온다. 이제 잠시 앉아 목이라도 축이고 싶지만 쉴 장소가 없다. 그럭저럭 탕춘대를 거의 다 지나고 탕춘대성문 아래서 겨우 비를 피해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하려는데 이곳에도 빗물이 세어 잠시 머물다 출발한다. 불광역 방향이다. 그리고 10분쯤 완만한 코스 옆에 휴게소가 있어 간식을 취하는데 이곳에도 빗물이 세어 오래 머물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5~6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출발한다.
걸으며 생각하고 망설이며 내친 김에 원래 계획했던 불광역 쪽을 포기하고 홍제동이나 녹번동쪽으로 택일을 고심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녹번방향인 좌측으로 길을 잡는다. 그리고 4시 49분에 뜻밖의 전망대에 올라선다. 아, 동네 뒷산에 이렇게 전망 좋은 곳이 있다니 아마 녹번역에서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곳엔 작은 헬기장도 있고, 장소도 넓어 언젠가 시산제 장소로도 추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하산하는 등산로는 참 깔끔하고 상쾌하다. 빗물을 흠뻑 먹은 수풀과 나무테크 계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욱 신선하다. 오늘 산행 중 향로오거리에서 10여명의 등산 팀을 빼고는 단 10명도 만나지 못하고 나 홀로 북한산을 전세 낸 산행이다. 4시간이 조금 못된 3시간 45분 산행으로 1794회를 마무리하고 나니 5시 15분이 되었다. 등산화도 질퍽거리고 옷도 거의 젖어 생쥐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산악회 횟수를 이었다는 작은 자부심을 갖고 전철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