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771회] 해외산행(일본 큐슈)
2017.12.05 Views 135 총무
• 산행일: 2017년 12월 1일~3일
• 산행지: 일본 큐슈
• 안내: 홍사룡
• 참석인원: 홍사룡, 박선진, 김현호, 오상환, 부길만, 장정화, 채호기, 김호중, 강주연, 박경미, 박연(총 11명)
가고시마에서 한국을 보다 - 박경미
미지의 세상으로 떠남은 너그러움이다. 세상의 어느 괴팍쟁이에게도 미소 지을 여유로움으로 3층 E카운터에 집합 시간보다 30분 이상 일찍 도착한다.
단체 여행의 해프닝을 건너뛸 수는 없나 보다. 구여권을 소지한 강주연 씨가 해프닝의 주인공을 맡았다. 그녀를 떼어놓고 가서는 아니 되지. 박연 총무님이 따라붙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조상님들의 말씀! 사진도 귀가 안 보여 퇴짜 맞고 재촬영, 지문인식도 20여 분 소요. 강주연 씨가 일본 100명산 한국악 산행에서 빠져야만 할 찰나, 인솔자 우제봉 부장이 무릎을 친다. 강주연 씨 억세게 운 좋은 날이다. 외무부 고위직(?)이 이번 산행의 일원이란다. 급행으로 단수여권을 발급 받아 가고시마행 비행기에 동승한다. 인맥은 위대한 힘이다. 이륙 후 1시간 10분 정도 경과, 가고시마 공항에 안착한다. 제주도보다 2도 아래의 위도에 위치한 섬이라 두툼한 다운 점퍼가 무색하다.
호텔 기리시마 캐슬 안착. 김호중 씨가 남편 채호기 교수님과 한방을 쓰므로 장정화 씨, 강주연 씨, 박경미가 한방을 쓴다. 6시 45분 피엠 저녁 식사, 전원 식당으로. 모두의 얼굴이 말한다. “나 선한 사람이야, 나 행복해.” 파라다이스가 바로 여기다. 네다섯 가지의 생선회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으로 포식하고 베이스 룸인 홍사룡 회장님‧박연 총무님 방으로 집결한다. 기막힌 우연이 비일비재인데 이쯤의 우연이야, 오늘이 박선진 사장님 해피벌쓰데이란다. 즉석 케이크 급조, “사랑하는 박선진 사장님♬♪ 생일 축하합니다.”
부어라 마셔라, 주거니 받거니 시간이 멈춘다. 절대 이해 불가였던 남편의 회식 변명이 조소(嘲笑)한다. 그래, 당신을 조금은 이해하마.
일본 여행에서 온천욕을 뺄 수는 없다. 24시간 오픈이라니 달밤에 온천욕이다. 친절의 퀸, 일본 여성, 묻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미리 베푸는 친절에 미안하게도 한일 간의 얽히고설킨 역사가 뒤통수를 치고 눈을 흘긴다. 유리 천장이라 햇빛이 충분한 온천장 안의 바나나 나무에 꽃과 열매가 달려 있다. 노천탕 무드다. 90년대 중반부터 한 일본 온천욕이지만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지상에서는 하늘로 오르는 수증기 속의 노천욕(露天浴)의 낭만을 지금껏 만나지 못 했다. 어느 날엔가는 있겠지.
몸은 곤한데 잠이 들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공조는 축복이다. 축복 받은 이들을 부러워하며 가고시마의 첫날밤을 보낸다
7시 에이엠 조식. 9시 에이엠, 그곳에 오르면 가락국이 보인다 하여 갖게 된 이름 가라쿠니다케, 한국악(韓國岳)을 향해 버스에 오른다. 우리의 백제인, 신라인, 가락인 사이에서 이름이 먼저 불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현재의 이름 한국이 표기되었음을 안다면 간고쿠다케가 아닌 가라쿠니다케임에 머리를 기웃거리는 수고를 덜겠지. 잘 정돈되었다는 느낌의 끊임없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바위를 비롯하여 관목들과 흙은 화산재를 뒤집어써 잿빛이 대부분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산에 만발하는 어여쁜 꽃들이 이 잿빛 산에도 있을까 가이드에게 묻는다. 걷고 있는 길옆을 보란다. 낮게 깔린 관목들이 지천이다. 그것들이 미니 철쭉이라 한다. 5월경에 개화하는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상상에 맡긴다 한다. 치, 우리의 강화도 고려산의 철쭉만큼 예쁘다고?
사슴이다! 사슴 가족인가 보다. 세 마리가 내 마음도 모르고 도망을 간다, 친구하고 싶은데. 가고시마(鹿兒)에 사슴이 있음은 당연지사겠지만 야생하는 사슴을 보는 것은 가슴 설렘이다.
화산 연기가 피어오른다. 계란 썩는(?) 유황 냄새, 여기저기에 코발트블루를 담은 분화구. 호수의 아름다움은,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백록담이 조금 열세다. 가파른, 수많은 나무계단을 오른 후 한국악의 정상에 오른다. 우리의 가락국은 보이지 않는다. 오르는 길은 봄날이었는데 1,700미터 정상엔 바람이 세차다. 벗었던 재킷을 입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다. 지척으로 보이는 사쿠라지마가 최근에 분화하여 한국악 산행이 금지되었다 10월부터 재개되었다 한다. 우리의 체재 기간 동안 또다시 분화하는 기막힘은 없어야겠지. 모두들 인증 사진 의례를 마치고 에비노 고원(Ebino Plateau)으로 하산 길을 잡는다. 바람이 조금 잦아진 곳에 터를 잡고 도시락 점심을 먹는다. 전날 밤 슈퍼에서 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가이드가 준비한 불과 프라이팬으로 구워낸다. 커피가 나온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산상에서 절대 불 사용 금지인데 일본에선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일본 산불 뉴스는 기억에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억새가 주변을 덮었다. 가이드 왈, 화산재와 유황가스로 억새가 마치 등 굽은 새우(일본어로 에비)의 모습이라 에비라고 명명되었다 한다. 에비노 공원의 족욕탕에서 기다리겠노라는 박선진 사장님만 남고 나머지 일행은 노란 연기를 뿜어대는 화산구 근처를 지나지 못 해 빙 둘러 다시 오른다. 평소 김현호 사장님과 친한 사이라 같이 남자고 떼를 쓸 법도 한데 혼자 남으시네. 비가 억수로 오던 날의 정기 산행에서 약간의 부상을 입어 아직도 멍 자국이 살짝 남아 있는 김현호 사장님도 ‘친구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외면하고 일행과 동행하신다.
화자인 가이드가 청자인 일행보다 뱌쿠시이케(白紫池) 푯말을 보고 먼저 웃음을 터뜨리고 말 한다. “절대 한국어로 백○지라고 읽지 마세요.” 폭소가 호수를 건넌다. 한국악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오르는 길이 왠지 ‘황량’이라면 이 길은 내가 아는 생명이 꿈틀거리는 키 큰 나무가 있고 풀이 있는 그 산길이다. 6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다시 에비노 파크, 박선진 사장님과 도킹. 일행은 버스에 오르고 호텔로 달린다. 오늘도 6시 45분 피엠 저녁 식사다.
온천장으로 돌진. 가벼운 샤워 후 사우나실에서 의식은 뜬 채 잠시 눈을 감는다. 곤하다. 자고 싶다. 안 되지, 뉴스 기사에 내 이름 올릴 일 없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온다. 6시 45분이다. 식사를 거르고 잠을 잘까 고민하며 323호실 앞에 섰는데 박연 총무님과 김호중 님이 재촉한다, 밥 먹자고. 권하는 이들을 뿌리칠 수 있나, 내려가야지. 그러나 먹히지가 않는다.
식사 후 어제처럼 베이스 룸에 모여 담소의 추억을 쌓자 한다. 장정화 님은 온천욕하려고, 나는 전날 밤의 수면 부족을 보충한다는 이유로 미운 오리가 된다. 강주연 님은 초강력 에너지를 발한다, 멋진 주연(酒宴)이다. 부길만 교수님은 의외로 이 시간에 강하시다. 그렇지, 교수가 꼭 근엄할 이유는 없지. 술과 대화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첩경 중의 하나이거늘.
여정의 마지막 날이다.
예쁜 강주연 님이 인조 손톱 발톱을 가져와 매니큐어 페디큐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행복하다.
조식 후 정리한 캐리어는 호텔 라운지 한쪽에 맡겨 두고 4시간 소요의 묘켄(妙見) 올레길에 오른다. 제주도 올레가 로얄티 받으며 일본에 수출한 작품이란다. 와! 대한민국 만세다. 빨강 파랑의 영어 알파벳 케이 자 같은 화살표가 돋보인다.
작은 원뿔 모양으로 빨간 옥수수 같은 열매가 땅속에서 나온 줄기에 매달려 있다. 사극에 등장하는 사약의 원료, 천남성이란다. 맛보기 절대 금지다. 일본 100대 폭포 중 하나라는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는다. 지진이라는 대재앙을 보상하려는 듯 곳곳이 모두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풍경이다.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 숲의 연속이다. 길옆의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족욕탕이 산 속에 있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에도 시대의 무사, 사카모토 료마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돌아오세요, 지금은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라는 푯말이 그의 명성을 대변하듯 서 있다. 화원에서 보았던 식물들이 눈에 띈다. 관음죽이 흔하기도 하다. 아니, 이 계절에 노랑나비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바쁘다. 늦은 걸까, 너무 이른 걸까?
다시 한 번 느낀다. ‘일본인 개개인은 참 친절하고 예의바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일본국은 친구하기 어려울까.’
4시간의 트레킹을 마치고 여정 끝의 작은 온천장에서의 온천욕을 끝으로 공식 여행 일정을 마친다. 맡겨 둔 캐리어를 싣고 돌아온 버스로 런던 드러그 같은 마트에 들러 곤약젤리, 동전 파스 등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가고시마공항으로. 공항 내에서의 또 한 번의 간단한 쇼핑.
5시 30분 피엠 ZE652편에 오른다.
“사요나라 가고시마!
7시 피엠 조금 지나 전원 무사 인천 안착. 모두가 스위트 홈으로 바쁘다.
같이 한 시간들,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굿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