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715회] 백암산, 내장산
2016.11.07 Views 58 총무
• 산행일: 2016. 11월 5일(토)
• 산행지: 백암산, 내장산 (백양사 - 까치봉 - 내장사)
• 산행시간: 7시간
• 안내: 허진
• 참석인원: 최태경, 홍사룡, 이정수, 장정화, 김호중, 김유영, 허진, 박연, 박경미, 정민영, 외부 3명 (총 13명)
• 산행기: 박경미
단풍지존 내장산 - 박경미
각양각색의 등산복, 이곳저곳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 사람의 단풍, 복색의 단풍, 언어의 단풍을 이루어 등산 진입로를 가득 메운다.
멀리 높은 곳에 하얀빛을 발하며 서 있는 바위산으로 백암산(白巖山) 이름의 유래를 짐작하며 단풍 물결 속으로 하나의 색을 더한다.
더 많은 단풍을 눈에 선사하고자 능선이 아닌 계곡을 따라 시작하는 백양사~내장산 산행. 11월 6일경이 최고조의 단풍이라는 매스컴의 보도와는 달리 대다수 나뭇잎들의 엽록체가 아직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든 우열은 존재하는 법. 드문드문 선홍빛, 노란빛, 선홍빛 더하기 노란빛의 주홍빛 들이 각기 채도를 달리하여 벌이는 다채로운 색의 향연에 간간이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백암산의 최고봉 상왕봉을 살짝 지나 각자의 도시락을 펼쳐, 짧고 피상적이지만 순간순간 서로의 가슴을 드러내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주요 지점마다 세워진 이정표와 약도상에 표기된 까치봉~까치봉 입구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 마음을 다잡아 전의를 다진다. 소둥근재를 지나 717미터의 까치봉 정상을 오르는 길은 약도에 의하면 평이했는데 제법 가슴을 조여 온다. 방심에 허를 찔렸다. 반대로 미리부터 긴장했던 까치봉~까치봉 입구는 약도상의 Expert(전문가) 다음 단계인 Advanced(상급)와는 달리 무난히 내려왔다. 다지고 다졌던 전의로 인한 유비무환과 일맥상통하는 주관적인 무난이리라.
헤드랜턴으로 앞을 비추며 걷는 어둠 속에 울리는 산사(山寺)의 만종(晩鐘). 고주파로 울림이 깊다는, 아기의 울음소리 같다는 범종의 은은한 소리에 매료되어 타종의 현장을 목격하고자 걸음이 빨라진다. 소리를 좇아가니 마지막 타종을 한 젊은 스님이 나오신다. 행인의 질문에 바쁘게 답하신다. 만종은 33번, 조종은 28번…. 중생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상세한 답변도 중생구도의 일면일 텐데…, 아마도 그 스님 바쁜 어떤 사정이 있겠지.
내장사에서 전세차까지의 이동 거리가 길다. 땀에 젖은 양말에 발바닥이 아프다. 아스팔트 위를 걷기에 더욱 그런가 보다. 초등학교 시절에 동생들과 하던 밤하늘의 계절별 별자리 위치와 이름 맞추기 놀이를 다시 한다, 흥겹다. 외모지상주의에 허영덩어리 카시오페이아는 아직도 의자에 거꾸로 앉아 눈물로 화장을 지우고 있을까.
가로등 없는 내장사 입구의 단풍나무 길은 기억 속의 그 길과는 사뭇 다르다.
순수의 정점을 살고 있는 선하디선한 누군가의 심장을 순환하는, 금방이라도 뚝뚝 흘러내릴 것 같던, 그래서 누군가의 가슴을 흠뻑 적셔버렸던, 내 푸르른 스물의 날에 있었던 아름다운 조우, 내장사 진입로의 단풍잎들. 얼룩덜룩 반점 하나 없는 순정의 붉은 잎은 그날 이후 단풍지존으로 내 기억에 군림해 왔다. 몇번의 강산이 바뀌는 시간을 지나 오늘, 나는 그 기억 앞에 다시 섰다. 그때 그 시간을 함께했던 벗들도 기억할까. 그 불타는 잎들을, 내장사 대웅전 앞을 서성이던 킹카 스님을, Nature calls를 외치던 왜관읍 소재의 카투사(KATUSA) 2인을.
보고 듣고 느끼는 수많은 기억들이 우리의 가슴을 채우고 데워 우리 모두는 나이 들면서 시인이 된다. 친환경 우렁이가 주재(主材)인 저녁식사를 하는 모두의 얼굴빛이 단풍빛이다. 일상에 휘둘리던 삶에서의 일탈, 내장산행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