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행기
정기토요산행기
[1571회] 도선사~백운대~위문~대동문~칼바위~정릉초등교
2014.02.05 Views 19 산
도선사 광장~백운대~위문~대동문~칼바위능선~정릉초등학교
산행일 ; 2014년 2월 1일 (0~5도, 겨울비,바람, 안개)
산행시간 ; 4시간 20분
동행인 없음 ; 홀로 산행
<13;32> 도선사 앞 광장 도착
13;40 도선사 앞 광장/북한산 백운대탐방 지원센터 출발
13;57~14;01 하루재/비옷 착용
14;06 북한산 인수대피소/인수암
14;10~14;23 아이젠 착용
14;40 인수산장
14;50 위문
15;02~15;08 백운대 정상석/태극기
15;18~15;26 위문 복귀/노적봉 쪽으로 출발
15;46 노적봉입구/고개
15;59 용암문
16;03~16;13 북한산대피소
16;26 동장대
16;36 대동문
16;47 칼바위 갈림길/좌측
16;55 칼바위 정상
17;10 칼바위 사거리/아카데미하우스 갈림길
17;25 냉골약수 갈림길/직진
17;36 암봉 전망대
17;47 칼바위공원 지킴터/우측
17;49 샘터
18;00 정릉초등학교 뒤/공원
<18;05> 1014번,1114번 버스종점 승차/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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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날 바로 이튼 날이어서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내다가 우연히 우리 산악회 홈페이지를 들어 가 본다. 그러나 오늘 정규 산행에 신청인이 아무도 없다? 다만 오상환 회장만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다는 게시만 친절히 올라 와 있다. 이게 웬 일이야, 32년 전통의 산행이 결행이라니, 부랴부랴 배낭을 챙기고 사과 한 개를 넣어 출발하려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 20분이 지난다. 오늘 비 올 확률 97%, 창밖엔 가랑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전철과 택시를 번갈아 타고 도선사 앞 광장에 바쁘게 도착하니 오후 1시 32분이다. 2분이 늦었지만 우리 일행 누군가가 혹시 기다려 줄까 하고 살펴보니 역시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총무께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서 누가 먼저 갔으면 따라 잡으리라 생각을 하고 10분이 늦은 1시 40분에 도선사 앞 광장을 출발한다.
빗줄기도 제법 굵어지고 안개도 자욱하다. 2시쯤에 ‘하루재’에 도착하여 가쁜 숨도 고를 겸 비옷을 갈아입는다. 이곳부터는 온통 길바닥이 빙판이고 그 위에 비가 내려 더욱 미끄럽다. 더구나 ‘북한산인수대피소’의 ‘인수암’ 앞길은 얼음으로 반들반들하다. 하산하는 사람마다 아이젠 없이 어떻게 가려고 그러냐며 걱정을 해 준다.
할 수 없이 나도 몇 십 년 만에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엉금엉금, 빙판길을 오른다. 손잡이 밧줄은 빗물이 줄줄, 손은 시리고 장갑은 젖어 들어와 물을 연신 짜낸다. 출발 한 시간 만에 ‘인수산장’을 거쳐 ‘위문’으로 오르는데 겨울비는 점점 강해지고 빗물은 빙판 길에 줄줄 넘친다.
‘위문’ 오후 2시 50분, 이제 백운대로 향한다. 오늘은 등산객들도 많지 않고 또 혼자 백운대를 오르자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집행부 자기들은 오늘 악천후 산행에 불참하면서 순탄치 않은 백운대, 칼바위 코스는 왜 집어넣었을까. 먼저 출발한 선행자가 있으면 지금쯤은 따라 붙였을 텐데 아무래도 만나지 못한걸 보면 오늘 산행은 단독인 것 같다.
우리산악회가 30여년이 넘도록 무리 없이 잘 운영되어 왔는데 오늘 같은 결행이 왜 생긴 걸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천후 간다,’라는 슬로건이 점점 쇠퇴해지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선후배님들이 화합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지난번 총회의 분위기는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은 생각에 신경이 쓰인다. 그냥 기우였음 좋겠는데......
백운대의 정상은 한 치 앞도 구분하기 어려운, 안개에 바람 불고 억수로 쏟아지는 빗줄기뿐이다. 망망대해에서 미아가 되면 이런 기분일까. 그럼 오늘 내가 혼자 위험한 산행을 한 건가. 그래도 인증 샷은 찍어야겠는데,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중년 남녀 한 커플이 올라온다. 한 컷 부탁하여 찰가닥 찍고, 아이젠을 풀어 제친다.
백운대(白雲臺)는 높이 836.5m, 인수봉(仁壽峰;810.5m), 망경대(望鏡臺;787m)를 삼각산(三角山)이라 하고, 노적봉(露積峰) 716m 등과 함께 북한산 최고봉을 이룬다. 정상엔 태극기가 휘날리며 노상 이은상의 통일 염원비가 있다. 주 봉우리 주위는 암봉군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태가 수려하고 경관이 으뜸이다. 그러나 오늘은 겨울비바람에 무릎주위와 신발까지 점점 젖어 들어 와 오싹오싹 춥기만 하다.
‘위문’으로 다시 내려와 비를 피해 뜨거운 물을 한 컵 마시는데 이곳에도 비가 주룩주룩 새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한 손으로는 우산을 받쳐 들고 망경대 옆 빙판 길을 돌아 ‘노적봉입구’고개에 도착한다. 고려 말 무학대사(無學大師)는 이성계(李成桂)의 개국으로 도읍지를 정할 때 백운대에서 맥을 찾아 망경대에 올랐다는 얘기도 있다. 여기서부턴 빙판이 덜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걸, 망경대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빙판 길 위로 마구 흘러 신발을 적신다.
4시에 ‘용암문’을 지나 ‘북한산대피소’에 들어서니 남녀 한 쌍이 빗줄기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속삭인다. 괜히 방해가 될 것 같아 민망하다, 그러나 배낭에 한 개 있는 사과는 언제 먹을까 생각하니,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배도 출출하고 또 여기서 먹지 않으면 비를 피할 곳이 없을 터, 채면불구하고 사과를 깎는다. 이어 빙판길에 물 고인 성곽 길 따라 장수(將帥) 지휘소인 동장대(東將臺)에 올라서니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것 같다. 비록 혼자이지만 오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계획된 등산코스를 다 밟으리라 다짐해 본다.
북한산 세 개의 장대(將臺)중 북장대, 남장대는 터만 남아 있고, 이곳 동장대(東將臺)는 보존 상태가 제일 좋은 것으로 1712년 숙종 38년에 축조되었다가 1915년 8월 폭우에 무너진 것을 1996년에 복원된 것이다. 동장대를 출발하여 내려오는 빙판 성곽 길, 조심조심하며 대동문(大東門)에 닿으니 스케이트장을 방불케 한다. 빙판에 물이 고여 신발이 잠기고 빗줄기는 더욱 세차게 내린다.
보국문에서 바로 정릉으로 내려가려니 계획에 어긋나고, 좌측 칼바위코스를 가자니 혼자 이게 무슨 극성이랴. 그러나 동장대에서 ‘계획대로’의 다짐을 다시 되새기며 4시 47분에 칼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아무도 없다. 칼바위 정상도 혼자이다. 자욱한 안개, 비, 바람뿐이다. 사람을 못 만나 사진도 찍지 못하고 암벽을 따라 하산하는데 한 손엔 우산, 다른 한 손으론 밧줄을 잡고 겨우 내린다.
아카데미하우스 갈림길을 지나 오후 5시 25분에 냉골 약수터인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인다. 애라, 모르겠다. 이왕이면 처음 가는 길을 가보기로 하고, 우측 정릉 청수장 쪽을 포기한다. 능성따라 걷는데 이곳에 이렇게 멋진 코스가 있다니,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암봉 전망대에 올라선다. 잠시 사방을 살핀 다음 ‘칼바위공원 지킴터’에 도착하니 6시10여분 전이다.
안개 끼고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부슬부슬 비 내리며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다. 우측 샘터를 지나 나무 계단을 내려가는데 산책 나온 어느 한 분이 호젓이 길을 걷는다. 먼저 말을 건네며 이 얘기 저 얘기로 빽빽이 우거진 전나무 숲을 거닐기도 한다. 그리고 헤어지는데 그는 정릉초등학교 후문의 공원을 거쳐 버스 종점까지 바래다주며 친절을 베푼다. 6시 5분이다. 겨울비는 추적추적 하염없고 초저녁 버스종점은 스산하다. 그래도 우리산악회의 정규산행을 중단 없이 이어 놓았다는 성취감으로 1114번 버스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