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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2회] 우면산-관악산 산행기
2013.09.23 Views 20 정재하
우면산 산행기 -정재하-
●산행일시 : 2013. 9. 21. 13:30~19:00
●산행코스 : 남부터미널-우면산-방배동전원마을-남태령고개-관악산-사당동
●참 석 자 : 이정일, 최태경(사모님 대동), 김현오, 이정수, 부길만, 박찬익, 김호중, 강주연, 황성자, 김경희, 이범만, 정재하 (13명)
길었던 추석연휴 뒤 끝 산행이다.
살찌우기에 충분한 먹거리는 많았고 수일간 계속된 휴가에 이것이 나태의 표상이라고 할 만큼 소파와 침대를 벗 삼아 뒹굴거려 뱃살이 불룩해졌던 차였다.
박총무님의 토요일 산행공지가 생각나 토요일 오전까지 이리저리 저울질하다가 참석 글을 올렸다.
왜냐하면 가을이어서 인지 불어나는 몸무게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문이기도 했는데 산행장소 “우면산”...너무 반가운 코스였다.
동네사람들이 샌들 신고도 가볍게 오르내리는 둘레코스 아닌가!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랬다.
산행 안내는 이정일 고문님께서 맡아주셨다.
산행 초기에 함께한 회원 몇 분과 오늘은 가볍게 할 거라는 얘기를 했는데, 아마도 아닐 거라는 답변.
오늘 등반대장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얘기다.
그렇지, 이고문님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코스를 잡을리 없지. 아, 각오를 해야겠다고 다잡으며 우면산을 시작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초기 우면산 산행은 경사도 완만하고 흙길과 계단이 섞인 둘레길 정도의 걷기에 참 편한 산행이었다. 아마도 우면산을 다섯 번은 올랐을 것이다.
몇 년전인가 이고문님 자녀가 이 근처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했고 우리는 등산복과 배낭을 맨 채 참석했던 기억을 화제로 고문님에게서 막내딸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문님 왈, 요즘은 딸이 미워 죽겠단다.
친정집에만 오면 가져갈 거 없나 살펴보는 건 일상이고,
자기네 부부는 놀러가면서 아기를 외할머니께 맡기는 일이 비일비재 하단다.
애 보는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잖는가?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집에서 애를 봐주다가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져 자지러지게 울었나보다. 외출에서 돌아온 딸부부가, 엄마가 힘들게 애를 봐준 건 얘기도 안꺼내고 애가 어떻게 떨어져 이렇게 우느냐고 엄마를 다그쳤단다...ㅋ
이 고문님, ‘옳거니 잘 걸렸다’하고 따님을 호되게 꾸짖었다는 일화를 들려주시는데 남 일 같지 않다. 고문님 막내가 대학 때 화학이 싫어서 심리학으로 전과한 경우가 우리 딸아이와 같아 가끔씩 딸 키우는 노하우를 고문님에게서 전수 받고는 한다.
얘기꽃을 피우면서 가볍게 우면산 등산로를 따라 걸었다. (트레킹코스 이므로 등산한다는 표현보다 걷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동네 산 이어서인지 아빠 손잡고 산행하는 아이들, 짧은치마 입고 구두신고 산에 온 젊은 여자, 정말 동네 산이 맞기는 하나보다
.
어느덧 우면산 코스는 끝나고 전원마을 쪽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제 작년으로 기억하는데 이지역이 엄청난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다.
사태가 난 곳은 집들과 농사용 하우스가 떠내려가고 산 아래 아파트 아래층까지 진흙 뻘이 내려와 파묻혔던 뉴스를 접했었다.
그 현장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돌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튼튼하게 배수로를 내어 혹시 있을 여름장마에 대비해 놓은걸 볼 수 있었다.
다시 관악산을 오르기 위해 한참을 남태령 도로를 따라 걸었다.
남태령은 예로부터 수목이 울창하고 으슥한 곳이 많아 관악산을 넘나드는 여우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
여우굴도 많았고 한 설화로는 천년묵은 여우가 사람으로 변신해 게으름뱅이 농부에게 소의 탈을 씌어 부려먹다가 소가 무를 먹고 탈을 벗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원래는 여우고개라 불렸는데 정조 때부터 남태령으로 바꿔 불리는 곳이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걸어 길 건너 관악산 코스로 접어들었다.
첫 쉼터에서 10분간 휴식.
넓직한 공간에 의자와 평행봉대, 철봉이 나란히 있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이고문님께서 철봉해 해보라고 권하신다.
박총무가 옛 실력을 되살려 철봉에 매달려 세 번 연속으로 앞으로 구르기를 성공시켰다.
몸이 가벼우니 가능한가보다.
이어서 누구든 턱걸이 다섯 개에 도전해 보기로 했는데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고문님이 옵션을 걸었다.
턱걸이 다섯 개를 넘어 하나씩 추가 할 때부터 천원 추가. 단 다섯 개 는 기본 오천원.
네 명의 여성 회원이 여기에 돈을 걸었다. 만약 턱걸이 다섯 개를 못하면 반대로 이 고문님이 돈 건 회원에게 해당 금액을 주기로 했다.
결과는 턱걸이 열 두 번!... 우아!
어깨와 팔 큰육이 대단하시다
.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왼쪽에 연주대를 보면서 산을 돌아 사당동으로 넘어가는 산행로다. 길이 험 한건 아니었는데 점점 한계를 느낀다.
가던 길 멈추고 잠깐 산행 코스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회원이 전에도 알바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알바?... 산에서 왠 알바?...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날 빤히 쳐다본다. (마치 ‘그것도 모르니?’하는듯한 표정...ㅋ )
알바는 아르바이트의 줄임말이고, 유전자 조작된 토끼를 일컫기도 한다.
또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의 한 행정구역인 주(州)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인데...다른 뜻이 또 있었나?
바로 들은 얘기론 산행 코스를 잘못 들어 뒤로 턴 하는걸 ‘알바 했다’고 한댄다.
표현이 재밌다.
재미있는 이야기 덕에 힘을 얻어 계속 산을 오르는데 힘이 부친다.
맨 뒤에 쳐지기 시작해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천천히 걸었다.
잠깐 쉬면서 강주연씨로 부터 얻어 마신 달콤한 복분자엑기스 한 잔에 힘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느낌이다. 이 고개를 넘어 사당동 하산코스 까지는 두 시간은 더 가야한다.
‘늦장 피우다 일행을 잃으면 천천히 가지 뭐. 랜턴 있겠다. 비옷 있겠다.’ 자위해 가며 천천히 걸음을 재촉해 일행과는 합류할 수 있었다.
힘들게 걸으면서 등반코스를 ‘우면산’으로 올린 박총무에게 ‘낚였다’는 원망도 잠시 해 보았다.
산에서는 해가 금방 떨어진다.
거의 다 내려올 무렵,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이 내려 랜턴의 도움을 받아 하산을 마무리 하였다.
‘아, 저 앞 도로가 속세구나’. 랜턴을 끄고 사당동 역방향 도로를 걸으며 배를 두드려본다.
‘힘들었던 만큼 체지방 많이 태우고 뱃살도 들어갔겠지...’
몸이 한결 가벼워 졌음을 느끼며 뒷 풀이 장소로 직행해 마신 차가운 맥주 한잔에 무척 시원함을 느끼며 헤어지기 아쉬워 2차로 생맥주 한잔씩을 더 했다.
추석 뒤 끝에 쌓였던 군더더기 살들이 모두 날려 보내지는 듯 한 적절한 산행에 안내를 해 주셨던 이 고문님께 감사를 드리고 체력방전으로 뒤쳐질 때 힘을 실어준 회원 몇분께 사의를 표한다.
정재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