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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회] 소요산 산행기
2013.08.30 Views 22 부길만
소요산 일주 산행기
작성자 : 부길만
일시 : 2013년 8월 23일
참가자 : 강주연, 박종관, 박찬익, 부길만, 안광용, 오상환, 이정일(가나다순)
소요산 일주 산행은 전철 소요산역이 모임 장소였다. 그런데 1호선 전철이 창동역을 30분에 한 대 정도만 통과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필자와 다른 일행이 지각하는 바람에 2시가 되어서야 소요산을 향해서 출발했다.
소요산, 이름이 참 좋다. `소요` 하니 중국의 사상가 장자의 ‘소요유’, 그리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제자들이 동산을 거닐며 진리를 토론했다 해서 붙여진 ‘소요학파’가 생각난다. 하긴 소요산의 이름도 조선시대 유학자 화담 서경덕, 천재시인 매월당 김시습 등이 자주 소요를 즐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요유는 속세를 벗어나 어슬렁 노닌다는 뜻이건만, 오늘 소요산행도 소요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어둡기 전에 소요산을 일주해야 하니까.






소요산 입구를 지나니 우뚝 솟은 ‘벨기에 룩셈베르크 참전 기념비’가 보인다. 높이가 21.5미터나 되는 이 조형물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사망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군인 영령들의 명복을 위로하고자 세운 것이다. 이 기념비 안내판에는 전쟁 당시 45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망한 군인만 97명이라고 적혀 있다.
기념비를 뒤로 하고 20분 더 올라가니 팔각정이 나온다. 앞장 서신 안광용 회장님이 이곳에서 휴식하자고 권하신다. ‘벌써 쉬다니’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안회장님은 배낭에서 파인애플 통조림 얼린 것을 꺼내어 일행들이 먹게 해주신다. 그걸 먹으니 일행 모두 더운 날에 산행할 기운이 솟구치는 것 같다.
그 기운으로 한 시간 20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가 3시 54분에 하백운대에 도착했다. 높이 440미터. 산 곳곳에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있다. 야생동물들이 마음껏 놀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하백운대를 오르려고 삼림욕장을 비켜 갔지만, 숲이 좋아서 산 전체가 삼림욕장 같다. 그리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산봉우리들이 아름다운 광경을 드러낸다. 이래서 소요산을 ‘경기의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렀지 싶다.
하백운대에서 능선길을 400미터 더 가니 다시 봉우리가 나온다. 중백운대이다. 시간은 4시 10분. 쉬지 않고 20분 더 가니 높이 560미터의 상백운대 정상이 나온다. 여기에서 잠시 휴식. 산행 중간 중간 오상환 회장님과 이정일 고문님은 산 지리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필자는 두 번째 오는 길인데도 상당 부분 낯설다. 더구나 뽀족한 바위가 많은 길을 걷는 산행이니 하늘보다 땅보기 바쁘다. 상백운대를 지나 이름도 ‘칼바위’인 곳을 지나고 있는데, 시계를 보니 4시 45분이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뽀족하게 생긴 크고 작은 편마암의 바위’라고 해서 칼바위라고 부르는데 500미터 가량 이어진다. 아주 위험하지는 않지만, 까딱하면 발목 삐기 쉽다.
칼바위 지나서 간 곳은 해발 571미터의 나한대. 5시 15분이다. ‘나한’이란 불교 용어로서 ‘아라한’(阿羅漢, arhan)의 준말인데, 소승 불교의 수행자 가운데 최고의 경지에 오른 성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이런 불교 용어를 소요산에서는 산봉우리의 이름에 붙였다. 또 있다. 15분 더 올라가서 나온 소요산의 정상 봉우리, 해발 587미터의 ‘의상대’이다. 의상은 원효 대사와 함께 불교 수행을 했던 의상 대사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중국 당나라에서 불교를 배우고 돌아와 해동 화엄종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안내판은 봉우리 이름이 불교식으로 된 유래를 말해준다. 조선 태조가 왕위에서 물러난 후 신라시대에 원효 대사가 세운 소요산의 자재암에 머물게 되자, 이 절이 번성해졌고, 이에 따라 주변 산봉우리 이름을 불교식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소요산은 불교적 기운보다는 로맨스가 더 풍기는 곳이다. 바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번 소요산 일주의 마무리도 의상대 정상이 아니라 공주봉이다. 요석 공주는 잠시 살다가 떠나가 버린 원효 대사를 사모하며 소요산 아래에 오래 머물렀다. 이러한 공주의 정을 기려 붙여진 산봉우리 이름이 공주봉이라고 한다.
의상대에서 30분을 걸으니 해발 526미터의 공주봉이다. 전망은 물론 좋았고, 나무 판자를 무대 공간처럼 넓게 잘 깔아 놓아 휴식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우아한 공주들이 소요하고 다니면 딱 좋은 장소였다. 이 공주봉에서 바라보는 하얀 새털구름은 그대로 예술작품이었다. 아, 그래서 산봉우리 이름을 ‘백운’(白雲)이라 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공주봉에서 잠시 쉬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매우 험했다. 산을 내려오는데도 느긋하지 않고 오히려 땀이 더 나는 것 같았다. 6시 50분 소요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소요산 일주 산행이 끝났다. 이번 산행이 소요산의 이름에 어울리는 소요유가 아니라 흠뻑 땀이 밴 험한 길 완주였지만, 하고 나니 행복했다. 더욱이 하산 후 근처의 음식점에서 맛있는 오리고기 요리를 먹으며 함께 담소를 나누니 그 행복은 더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