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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회] 북악-인왕산 산행기
2013.08.19 Views 22 정재하
이야기가 있는 느림보 북악~인왕산행
산행일시 : 2013년 8월 17일(토요일 오후 1시30분)
참석자 : 오상환, 허창성, 이정일, 김호중, 박종관, 홍사룡, 안광용, 강주연, 김유영, 김호중, 이범만, 정재하 (11명)
등반코스 :경복궁역-북촌한옥마을-삼청공원-숙정문-북악산-창의문-인왕산-사직공원(약 8Km)
지하철이 경복궁역에 거의 다다를 무렵 얼굴 조금만 태우고 뱃살은 많이 빼고 오라는 편집장의 카톡에 답장하고 또 받고 옥신각신 하느라 두 정거장을 지나쳤다. 종로3가역에서 다시 뒤로 턴.












경복궁역에 플랫폼에 내려서도 5번 출구는 한참이나 더 갔다. 모임장소에 도착하니 1분 늦었다. 평소 모임시각은 정확히 지키는 이유로 칸트라는 별칭으로 불렸는데....안타깝다. 어쨌건 지각이다. 역시나 지각 덕분에 후기작성에 낙찰되었다. 쓰지 뭐...2년 전에 한번 쓰고 그동안 안 썼으니 이젠 쓸 때도 됐지...
허창성 고문님께서 오늘은 산행대장이시다. 출발에 앞서 오늘은 느림보산행을 하겠다고 선언하신다. 오늘 등반코스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에 충분히 설명을 해 주시겠다는 가이드 역할을 자청하셨다.
경복궁 앞마당을 가로질러 북촌입구 삼청동 길로 들어서는데 동양인 여행객들 일색이다. 아열대지방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더위에는 강하겠지만 땀을 흘리며 여행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오히려 이런 날엔 우리처럼 산행을 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게 오히려 시원 할텐데...
북촌입구를 지나면서 깨끗하게 잘 정돈된 독특한 옛집들을 하나하나 눈요기하면서 지나는데 똑같은 집은 하나도 없다. 다른 나라 여행객들에게 우리 선조들 특히 양반님 네들 주거문화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삼청공원을 들머리로 북악산 트래킹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곳. 출입 사무소를 지나야 했다.
신분증 제시하고 주민번호 적고 목걸이 표찰 받아 목에 걸고서야 비로소 북악산 코스를 지날 수 있었는데 요소마다 서 있는 전경들의 무표정한 모습과 핸드폰을 열고 사진 찍는 포즈만 취하면 슬그머니 무엇을 찍었나 검사(?)하는듯한 자세가 못마땅한데 어쩌랴, 저 아이들도 시켰으니까 하겠지.
서울 성곽 4대문중 북문에 해당한다는 숙정문을 지나 성곽 길을 따라 걷는데 이 돌담이 조선시대 언제쯤 축조됐을까? 의문을 가져보는데 정답은 조선시대 내내 였던 것 같다. 다만 고려를 지나 조선을 건국하고 몇 년 후인 태조 5년에 성곽의 기초인 메주만한 크기의 자연석을 다듬어 쌓았고, 세종 때 장방형 돌을 쌓아 대대적으로 고쳐 공격과 방어시설을 늘렸단다.
숙종30년인 1704년에는 정사각형 돌을 다듬어 벽면이 수직이 되게 쌓았으니 이는 축성기술이 근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다. 즉 시대별로 성 쌓는 모습과 돌의 모양이 달라 시기를 구분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 일제시대 때 도시계획을 명분으로 성문과 성곽을 무너뜨렸고 6.25때 더욱 많이 파괴되었단다.
허고문님의 자세한 설명에 오늘 가이드 정말 잘 하신다고 감사함을 느끼면서 코스를 계속 걸었다.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가 보이고 나무 중간 중간에 빨간 점이 페인트로 표시되어 있다. 1.21사태, 즉 1968년 당시 김신조 일당 31명이 청와대를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해 우리 군경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 생긴 총탄 자국을 소나무는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 사건 이후로 예비군이 창설돼 지금에 이르고 있는 거지.
북악산에서 기념으로 한 컷! 찍고 휴게소에서 지친 몸을 쉬면서 다시 한컷, 사진으로 남기는데 영락없이 전경아이가 와서 사진 좀 보잔다. 오늘 왜 이러지? 오늘은 산행 보안에 더 예민한 것 같다. 산행 들머리 북악산 입구에서 표찰 받을 때는 회원한분에게 얼굴 자세히 보여달라, 선글래스 벗어봐라...까다롭게 하더니 사진촬영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창의문으로 성곽길을 나가면서 조선시대에서 어느덧 현실세계로 돌아온 느낌이 잠깐 들었다. 인왕산 산행길로 접어들면서 현진건 옛 집터를 볼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옛 한옥은 철거되고 집터에 풀만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후손이 보유하지 않고 종로구청에서 매입해 관리한다고 했다.
현진건 선생은 일제 강점기 당시의 현실을 아이러니적 방법으로 고발하고 역사소설로 민족혼을 표현하려고한 소설가겸 언론인이다. B사감과 러브레터, 무영탑, 운수좋은날 등 대표작이 있는데 문지사에 근무했던 분이 왔으면 아마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을 법 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몇 권의 책을 낸 걸로 알고 있다.
오늘도 준비해간 파인애플 슬러시 인기가 단연 최고다. 무덥고 갈증이 심한 한여름 등반할 때 이만한 산행식이 또 어디 있으랴 싶다. 살얼음이 아사삭 씹히는 슬러시 한 스푼에 한껏 달아 오른 몸이 찌릿하면서 잠시 식혀지는 느낌을 가져본다.
인왕산 정상 오르는 마지막 길, 여기가 기차바위 인가요? 몇 분이 암벽 끝에까지 가서 걷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난 엄두가 안나는데 배짱들이 두둑하다. 얼른 안전펜스 안으로 들어오시지.
마지막 코스인 인왕산 정상이다.
범상치 않은 여성 한명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부좌를 튼 자세로 바위 사이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니 내려다보는 게 아니고 참선하는 듯 했다. 우리의 호프 이 고문께서 나섰다. 나 같았으면 그 여성의 기세에 눌려 말도 못 붙여보겠는데 역시 대단하시다. 가끔 산에 와서 참선을 하는데 이상한 기를 믿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란다.
다음번엔 이 고문님께서 먼저 그 자리에 와서 참선을 하시겠다고 했단다. 이래서 용감한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이 있구나...를 생각과 낯선 이 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 고문님의 용기가 부럽다.
사직공원 쪽으로 하산하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풀 한 무더기를 들고 내려가면서 ‘인동쑥’아니냐며 묻는다. 쑥이 맞다면 효능이 있는 약초가 되겠지만 다른 풀이라면 독성이 있을텐데...아무쪼록 무사하시길..
오늘 한양성곽을 열심히 안내해 주셨던 허 고문님 고맙습니다. 서울에 오래 살면서도 몰랐던 지식을 ‘이야기가 있는 느림보 산행’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사직공원의 신사임당, 율곡이이 동상을 사진 찍어 오라셨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가르쳐 주세요^^*
무더위에 비지땀 흘리며 올랐던 산행,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게 많았던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