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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토요산행기
[1539회] 관악산 산행기
2013.06.25 Views 19 채호기
참가자: 강주연, 김경미, 김호중, 김현호, 부길만, 신응섭, 오상환, 이동준, 이범만, 정민영, 주성필, 채호기, 천승배, 허영심, 허진, 홍사룡
산행 시간: 13:30 ~ 19:30 (6시간)
서울대입구역 버스정류장 근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있는데, 창밖으로 천명예회장이 지나가신다. 김호중씨가 반갑게 나가서 햄버거 드실려느냐 물으니 점심 드시고 오시는 길이란다. 재빨리 뱃속으로 삼키고 서울대 정문으로 가는 버스에 같이 올라탔다.
약속보다 좀 이른 시간, 시계탑을 지나(그늘이 없어서) 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일행들을 기다린다. 아무래도 시계탑에 모여 있을 것 같아 천명예회장이 오늘 산행 대장인 허부회장에게 전화를 넣는다. 그쪽에 모여들 있단다. 오랜만에 많은 인원이 관악산 산행에 참가했다. 홍사장님과 주사장님은 오전에 사당에서 시작하여 연주암에서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다.





허대장이 오늘 산행을 계곡길로 잡았다. 서울대 옆길로 해서 인공정원을 지나 연주대로 가는 계곡 길을 올랐다. 그러나 첫 번째 쉼터에서 오회장이 계곡보다는 능선이 시원할 것 같다고 코스를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능선 길은 암릉이 많은 구간이다. 한쪽 어깨가 불편하여 바짝 긴장하며 산을 오른다. 다들 걱정해주고 격려해준다
.
토끼바위 근처까지 오르니 구름 많은 하늘에서 시원한 바람이 대원들의 몸을 물속에 집어
넣었다 꺼내준다. 바람에 물방울이 느껴진다. 비가 오려나?
바람에 몸을 적시고 먼 능선과 숲들을 조망하면서 쉬엄쉬엄 연주대 조금 못 미처 국기봉에 다다른다. 몇 년 전 여름에 관악산 12국기봉을 찍으며 고생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른다. 같이 했던 허진, 이동준, 오회장 등이 다 그때 일을 떠올리며 아이처럼 눈을 빛낸다. “목이 마르고 물이 모자라 물과 초콜릿을 바꿔 먹었지, 아마”
연주대에 도착하여 각자 절벽 위 암자에 조용히 들렀다 연주암을 향한다. 연주암에는 홍사장님이 혼자 찐 감자를 펼쳐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2시간을 기다렸단다. 주사장님은 다른 약속이 있어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하산하셨단다. 연주암 절 마루에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오회장이 예정된 계곡길보다 지난 겨울 눈 때문에 중간에 포기했던 능선 길로 가자고 제안했다. 다들 ‘그 어딘들 어떠랴, 자연의 품에서 친구들과 함께라면’ 하는 즐거운 표정들이다. 역시 암릉이 많은 구간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한적한 데다 관악산 능선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멋진 길이다.
감탄하고 기뻐하며 행복해 하는데, 이게 웬일! 바위에다 누군가 붉은 스프레이로 화풀이를 잔뜩 해놓았다. 언젠가 내게 시를 줬던 바위까지... 안타깝고 분하다. 그리고 가엾고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대원중 누군가 “낙서한 사람을 붙잡아다 혀로 이 모든 걸 지우게 해야 돼” 라고 낮게 중얼거린다. 조금 내려오니 과천시에서 낙서 금지라는 경고문을 써 붙여놓았다. 그리고 근처 몇 개의 바위에는 시멘트로 글씨를 지웠다. 그것 또한 흉물이긴 마찬가지다.
읽었던 그 끔찍한 낙서를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혼자 가만히 몇 년 전에 쓴 시를 떠올려 본다.
[.......]
눈이 내리고 있다.
검은 돌의 화면에 희게 긁힌 자국을 내면서.
[......]
불 꺼진 창 그 안의 어둠같이
퀭한 눈으로 입을 닫고 있는 돌.
어둠 속에 무슨 단서라도 있는 듯
어떤 대답이 들어 있는 듯......
검은 돌 앞에서 나는 불 꺼진
내 마음의 어둠을 뒤적거려본다.
[......]
과천 정부청사 옆길로 내려왔다. 조용한 거리에 낮은 집들과 무성한 나무들이 정겹고 이국적이다. 신사장이 볼일이 있어 저녁을 먹지 않고 먼저 가겠다고 한다. 아쉽게 그를 보내고 식당을 찾아간다. 예상치도 않았는데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느라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박총무가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해지고 어두워져가는 거리를 내다보며 우리는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한다. 흥이 달아오르고 정답게 눈빛이 오간다. 저녁이 무르익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