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412회] 청계산(눈물도 콧물도 얼어버린) 산행기

2011.01.15 Views 20 정민영

▶ 날 짜 : 2011. 01. 15. 13시 30분

▶ 산행회원 : 김현호, 김호중, 정민영, 천승배, 최태경, 허영심 총 6명.

▶ 코 스 : 양재역- 트럭터미널- 양곡유통센터- 옥녀봉- 매봉- 옛골

▶ 산행시간 : 3시간 30분

 

계속되는 한파로 몸과 마음이 모두 얼어 붙었다. 집 옆의 한강도 얼고, 회사 지하실 수도도 얼고 난리가 아니다. 요즘 자주 지구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영화에서처럼 어느 한순간 종말이라는 것이 올까?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하나의 산을 더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언제부터인지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것을 못 견디고 운동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액티브 바디가 되어버렸다.


상의 5겹과 두툼한 기모 바지 1벌로 중무장을 했지만 바람의 느낌이 장난이 아니다. 양재역 편의점에서 회원분들을 만나 청계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십 여분 동안 추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저는 이번에 청계산이 처음이라고 말씀드리니 다들 놀라시는 분위기다. 그만큼 잘 알려지고 산악회에서 자주 올랐던 산이었는데 오늘에서야 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등산로가 넓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거릴텐데 오늘은 거의 우리 세상이다. 순백의 눈위에 솔잎이 떨어져 있어서 별로 미끄럽지도 않았다.
 




눈 쌓인 완만한 능선길을 걸으니 겨울산을 제대로 즐기는 기분이다. 이제 슬슬 땀이 날 때도 되었건만 손가락 끝이 얼어붙고 입김이 닿은 안경도 얼어붙어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또 콧물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콧물을 장갑으로 쓱 닦으니 자국이 바로 허옇게 얼어 붙는다.
 




옥녀봉을 지나 매봉으로 향한다. 중간에 좀 쉬려고 해도 몸이 얼어서 바로 출발해야 했다. 매봉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에 접어 들었다. 눈 쌓인 계단이 끝없이 하늘을 향해 이어져 있었다. 계단마다 번호표를 달아 놓았는데 한발한발 걸어 올라가며 남은 계단 수를 줄여 나갔다. 매봉에 이르기 전의 마지막 번호가 1483쯤 되었던 것 같다. 번호표를 나사못 두 개로 고정시켜 놓았으니 나사못을 3천개 정도 박았을텐데 팔 떨어지지 않았나 모르겠다.
 



매봉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러나 매서운 바람은 경치를 감상할 틈도 주지 않았다. 매봉에서 옛골로 바로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플라스틱 연결고리가 부러져버렸다. 별게 다 속을 썪인다. 결국 한쪽만 아이젠을 차고 절름발이로 하산하는데 최 명예회장님은 아이젠도 없이 잘도 내려오신다.
 


 

하산길은 비교적 편안했지만 그래도 추위는 그대로였다. 빨리 내려가서 뜨거운 정종 한잔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적당한 식당을 찾다가 옛골토성에서 오리구이로 저녁을 먹었다. 몸이 얼어 있는 탓에 한참을 먹고 마신 다음에야 정신이 되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 후 양재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전철역에서 회원분들과 헤어졌다. 집에 오니 식구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이런 날씨에 산에 가는 사람들은 당신네 산악회말고는 없을 거야”, “아빠, 얼굴이 빨갛게 얼었네!”
오늘은 아마도 나의 산행역사상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될 것이다.

동행하셨던 회원분들. 혹 감기 걸리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천회장님. 저녁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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