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329회] 도봉산 오봉 산행후기

1933.01.01 Views 38 황보태수

이번 산행은 도봉산의 오봉과 여성봉 코스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여성봉과 리지코스인 오봉은 교통편 때문에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지난 번 지장산 산행때 정규산행에 편승해 오봉 리치를 하자는 허진 사장님의 꼬드김이 내게는 일타쌍피의 찬스였다. 오봉과 여성봉의 초행산행에다 리치산행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니! (흐흐흐, 허 사장 당신 내게 실수하는 거야. 나중에 피박에다 광박을 쓰고 후회하지 말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선뜻 OK 사인을 보냈다. 









이번 토요산행은 오후반과 종일반으로 나뉘었다. 오후반은 정규코스인 다락능선-포대능선-오봉-여성봉이고, 종일반은 오봉에서 리지 연습을 하고 여성봉에서 합류하는 스케줄이었다. 오후반은 최태경 회장님, 천승배 부회장님, 김현호, 오상환, 이석희, 채호기 회원님이 참석했고, 종일반에는 나를 비롯해 임순재, 허진, 김유영 회원님이 참석했다.




아침 9시에 도봉산역에 도착하니 허진, 김유영 회원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10분 뒤에 임순재 총무님이 합류했다. 점심용 김밥과 약간의 간식을 준비하고 곧장 도봉매표소를 지나 도봉계곡으로 들어갔다. 조금 올라가니 천축사 팻말들이 보이고, 삼거리에서 왼쪽의 마당바위 방향으로 들어섰다.

초입의 계곡을 지나자마자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어 처음부터 힘과 땀을 빼는 산행이다. 이렇게 초장에 힘과 땀을 빼버리면 나중에 리지할 때 애를 먹을 거라는 걱정을 들기는 했지만 어떡하겠는가?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제1원칙을 되새기며 한 발 한 발 옮기는 수밖에.


10시30분 마당바위에 도착해 잠시 땀을 식히고 오봉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관음암에 들러 큰 바위를 지붕 삼아 자리를 차지한 수백 개의 작은 불상 앞에 절을 올리고 다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11시쯤 도봉 주능선에 올라 이정표를 따라 정면의 오봉으로 향했다. 오른쪽은 자운봉, 왼쪽은 우이암으로 가는 길이다.


11시40분쯤 오봉의 제1봉에 도착하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일반 산행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1봉에 오르니 상장능선 너머로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가 눈 아래의 숱한 암봉들을 호령하듯 거느리고 있다. 삼각산의 총사령부다운 위용이다. 도봉 주능선의 남쪽 끝자락에는 우이암이 빼족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허진 사장님이 1봉을 건너 2봉 언저리에서 점심을 먹자고 해서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내려가 2봉 바위 아래에서 김밥과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2봉 정복에 나섰다. 하네스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한 다음 허 사장님이 선등을 하고 나머지 대원이 뒤따랐다.
 




2봉까지는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3봉 정복은 꽤 까다롭다. 허 사장님이 먼저 오른쪽으로 가서 감투바위를 돌아가는 왼쪽길로 확보줄을 보내주었다. 확보줄을 잡고 김유영 대원과 내가 안전하게 통과한 다음 20m 하강을 했다. 김유영 대원은 하강이 처음이라 즉석에서 하강연습을 한 다음 내려오고, 임순재 대원은 옛날 인수봉 암벽 경험이 가물가물하다며 이상하게(?) 생긴 하강기 사용법을 안전요원에게 확인한 다음 하강 완료. 하나부터 열까지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후 임 대원은 옛날 실력과 감각이 차츰 되살아나면서 허 대장과 호흡을 맞추어 나머지 대원을 리드했다. 작년 암벽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며 우리 산악회의 선등 후보감으로 꼽혔다고 자화자찬이다. 사실 임 대원의 기다란 팔다리와 날렵한 몸매 등 신체조건으로는 선등자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선등을 설 일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사절이란다.
 




4봉을 다시 허 대장 선등을 하고 확보를 한 다음 나머지 대원들이 뒤따랐다. 4봉의 정상은 침니로 바위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뜀뛰기로 건너편 바위로 건너가야 한다. 일단 이쪽 바위에서 확보를 한 다음 허 사장님이 먼저 뜀뛰기를 하기로 했다. 두세 차례의 망설임 끝에 무사히 건너뛰기에 성공했다. 나머지 대원도 허 사장님의 확보를 믿고 오금이 저리는 침니를 무사히 건넜다. 4봉의 10m짜리 하강코스를 내려오니까 바로 앞에 사이암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4봉과 5봉 사이에 있기 때문에 사이암이란다. 사이암을 앞선 팀이 오르고 있고, 또 건너편으로 하강을 하려면 60m 자일이 필요한데 우리 자일은 50m짜리라 돌아가기로 했다. 사이암을 돌아가니 반대편은 칼로 두부를 잘라놓은 듯 오버행의 직벽이다. 직접 자일로 하강하지 않고 눈으로만 보아도 충분히 오금이 저린다.




마지막으로 5봉을 올라가니 다른 팀이 하강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5봉의 하강 길이가 60m나 된다고 했다. 우리는 우회길로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눈앞의 삼각산을 바라보았다. 북한산의 세 암봉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아, 삼각산!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도봉산 5봉 완등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 우회길로 여성봉으로 향했다. 오후반과 연락을 취하고 다시 1봉으로 돌아오니 4시30분이었다. 여성봉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여성봉에 도착하니 5시였다.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가 정면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가히 신이 빗어낸 작품이라 할 만큼 그 정교함에 그저 혀를 내두를 따름이었다.




한 시간의 긴 후식 끝에 마침내 오상환, 이석희 사장님을 선두로 오후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최태경 회장님, 채호기 교수님, 김현호 사장님, 천승배 부회장님이 차례차례 기묘한 바위를 통과해 여성봉의 정상에 올랐다. 오후반과 종일반이 여성봉에서 합류해 이번 도봉산 정기산행을 기념하는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능선길을 따라 송추계곡으로 향했다.




1시간만에 송추계곡의 식당가에 도착하니 이정일 고문님께서 우리 일행을 반겨주셨다. 춘하추동이라는 식당에서 문경의 친구분들과 도봉산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고 계신 중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닭백숙으로 만찬의 메뉴를 정하니까 예의 닭똥집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춘하추동의 닭백숙에는 닭똥집이 없었다는 게 아쉬움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최 회장님의 화류계를 주무르던 옛 시절의 무용담을 안주 삼아 술잔이 쉼 없이 돌아가고, 나중에 이 고문님이 친구분과 합석하면서 술자리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었다. 술에 취하고 밤나무꽃 향기에 취하고. 그렇게 송추계곡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P.S) 이번 산행 후기는 정기산행인 오후반에서 써야 정석인데 이상하게 종일반으로 낙착되었다. 따라서 산행 후기가 오봉 리지 산행이 중심이 된 것에 대해서는 회원님들의 이해를 구할 뿐이다.

천승배 부회장님, 덕분에 만찬이 즐거웠습니다. 최태경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님들과 함께한 산행도 즐거웠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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