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302회] 덕숭산 산행기

1993.01.01 Views 24 정민영

[1302회] 덕숭산 산행기


김성옥, 김현호, 김호중, 박종관, 이병덕, 이정일, 정민영, 채호기, 최태경, 허영심, 허진 외 11명

팔각정 - 둔리 1구 - 390봉 - 덕숭산 정상 - 눈밭 - 하산: 3시간 소요


회사 일을 핑계로 근 두 달 여 동안을 속세에만 머물러 지내니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쑤시고 몸이 말이 아니다. 12월 5일 금요일이 마감이라 마지막 스퍼트로 힘을 내어 목요일에 회사 일을 마친 다음 산악회 홈페이지에 참석 등록을 했다. 곧이어 아웃도어 닷컴에 들어가 허진 사장님이 추천해준 38리터짜리 오스프리 배낭을 샀다. 좀 비싸긴 하지만 가볍고 확실히 뽀다구가 난다.  


도립공원 탐방 세 번째인 덕숭산은 충남 예산에 위치하고 있는데 목요일부터 충남지역에 폭설이 내려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빈발하니 걱정이 앞선다. 혹 행선지가 바뀌지는 않을까 하여 중간중간 홈피를 들여다 보지만 별다른 기미가 없다. 나중 일이지만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혀 그럴 일은 없다며 아직도 출판인산악회에 적응을 못했다는 쿠사리만 먹었다.
 


합정역에서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중간에 이정일 회장님을 픽업한 다음 덕숭산을 향해 달린다. 빙판이라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피해 조금 돌더라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씽씽 달린다. 전용 차선의 위력이 유감없이 나타난다.

천안, 도고쯤에서 슬슬 눈이 나타나더니 목적지 근방에는 완전 눈밭이다. 차안에서 김밥을 먹고 완전무장을 한 다음 산행을 시작했다. 











회원들 간의 친밀도 테스트

사진 속 인물 맞추기(회원님들의 수준을 감안하여 객관식으로 출제, 존칭 생략)

① 1 김호중 2 이정일 3 이병덕 4 김성옥 5 채호기

② 1 김성옥 2 이병덕 3 이정일 4 김호중 5 채호기

③ 1 김태희 2 이승엽 3 이명박 4 김혜수 5 채시라

 


덕숭산은 백제 때의 명사찰인 수덕사로 유명하여, 수덕산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덕숭산 산행코스는 수덕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와 둔리1구를 기점으로 종주하는 코스가 있는데 수덕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산행시간이 나무 짧아 둔리 1구 마을을 기점으로 오르기로 했다.

 


눈 앞에 백색의 장관이 펼쳐지니 탄성이 절로 나오고 가슴이 후련해진다. 이 맛에 추위를 무릎서고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이리라.

 



산이 완만하고 코스가 짧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눈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거의 무릎 아래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에서 미끄러지기를 속출.. 결국 아이젠과 스틱을 착용하고 정상을 향해 오른다. 오랜만에 참석했으니 선두에 서서 러셀(겨울철 눈이 많이 쌓인 산을 등반할 때, 선두가 눈을 밟고 헤치며 길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하라는 영광을 부여받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야릇한 희열을 느끼며 밝고 나간다.

 



정상에 도착하여 곶감과 커피를 마시고 기념촬영을 했다. 추운 날씨인데도 땀을 흠뻑 흘리니 머리에서 김이 펄펄 난다.      


 

하산 도중 수덕사로 바로 내려가면 시간이 너무 짧다 하여 정혜사와 건성암을 거치는 코스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혈기 왕성하신 두 어르신(최회장님, 이고문님)이 이미 한참을 앞서가시는 바람에 나머지 회원들만 우회 코스로 전환하였다. 

 

눈이 많이 쌓여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 등산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이게 길인지 아닌지 미끄러지고 구르며 내려오기는 했는데 하산 지점이 많이 바뀌었다. 산 위에서의 몇 미터가 산 아래에서는 몇 킬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은 셈이었다.


 

결국 두 분은 수덕사로, 나머지 아홉 명은 이름 모를 곳으로 하산하여 이산가족이 되었다.어느 모텔 주차장 앞에 짐을 풀고 송기사님을 기다렸다. 모텔로 들어가려는 몇몇 차량이 주차장 앞의 우리를 보고 머뭇거리다가 차를 돌려 지나가기도 하였다. 모텔 영업에는 방해가 되었지만 몇몇 가정의 파탄을 막아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최회장님이 안내하는 예산의 소복식당에 가서 굴회와 한우갈비 등을 먹고 회포를 풀었다. 맛이 예사롭지 않아 집에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예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던 집이라 한다.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는 차로 메워져 있었지만 역시 전용차선은 우리를 늦지 않은 시간에 서울로 도착시켰다. 서초동 이고문님 댁 근처에서 맥주 한잔 더 하고 일부 회원님들과 작별하였다. 나머지 분들 사이에서 한잔 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길로 화정으로 내달려 회와 소맥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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