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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회] 북한산 대남문 산행기
1993.01.01 Views 24 정민영
토요일 정오에 점심을 먹고 불광동행 버스에 올랐다. 사무실 근처인 서울역에서 구기동을 가려면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버스로 가는 것이 편하다. 버스는 서울역에서 서대문, 독립문, 무악재, 홍은동을 거쳐 불광동으로 향한다. 불광동 옆에 있는 녹번동에서 태어나 삼십여 년을 자란 터라 이 동네 지리는 잘 알고 있는 편인데 오랜만에 지나가니 많이 변했다. 특히 무악재 중턱과 녹번동 고개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하늘을 다 가려 버스 창밖으로 목을 비틀어야 하늘을 볼 수 있는 정도이다.
불광동에서 내려 구기동 방향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기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든다. 누구지? 김경희씨와 김성옥씨다. 전에도 몇 번 가는 도중에 만났었는데 이 두 분과는 인연이 있나 보다. 목적지에는 이미 여러 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언제나 정정하신 왕회장님과 엉치 뼈 금간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이병덕 대장님, 놀면 뭐하나 산에나 가지 하며 이미 봉우리 하나를 넘어온 허진 사장님 등등
대남문 코스는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코스여서 왕회장님께서 35년 전에 가보셨다는 길을 찾아 탕춘대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누군가 쳐 놓은 철조망과 사자처럼 생긴 잡종개가 방해했지만 우리들 게리슨유격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같은 산을 다른 코스로 오르니 전경이 바뀌는 재미가 느껴지고 한적하고 아담한 오솔길에는 비가 온 탓에 싱그러운 기운이 감돈다. 누군가 도심 속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라고 말씀하신다.





포금정사지라는 절터를 지나 비봉으로 향하는 길에 암릉을 만났다. 산악회 역사상 우회는 없는지라 암릉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암릉에 다가서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각종 장비를 이용하여 위에서 끌어주고 밑에서 받쳐주는 식으로 전원이 암릉에 올라 멀리 송도 앞바다까지 이르는 경치를 감상했다.
비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전에 친구들과 산에 다닐 때는 위험지역 간판이 있는 곳은 무조건 피해 다녔지만 우리 산악회는 일부러 찾아다니는지라 올해 두 번째로 비봉에 오르게 되었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암릉도 우리 회원들과 함께 오르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거뜬히 오를 수 있으니 팀웍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모바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문수봉으로 향한다. 고영수, 안광용 사장님이 개인사정으로 하산하신 다음에야 비로소 선두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문수봉 초입인 암릉 철기둥에 이르자 허고문님께서 “재미나?”라고 물으신다. “예, 재미납니다” 산에 오르는 재미는 무엇일까? 왜 토요일만 되면 엉덩이가 들썩거릴까? 아마도 같이 오르는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정 때문이 아닐까? 산에 대한 그리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수봉 태극기를 지나 대남문에 도착하니 임순재 총무님과 진성민 사장님이 우리를 맞이한다. 시간이 늦어 같이 출발하지 못했으면 산행을 미룰만도 한데 기어이 합류하고야마는 저 심보는 무엇일까? 역시 정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올림픽 야구결승이 있는 날이라 서둘러 하산하여 정릉의 단골 두부집에서 식사와 간단한 음주를 했다. 후담이지만 야구가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끝날 줄 알았더라면 방 하나 잡아서 우리 모두 같이 볼 걸 그랬다. 9회말에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텐데..
다음날인 일요일 고등학교 동창들과 산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원주 치악산에 올랐다. 우리 산악회에서 배운 실력을 10분의 1만 발휘했더니 정상인 비로봉(1288m)에 제일 먼저 올랐다. 이것이 다 빡센 산악회 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