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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4회] 북한산 대동문~북악산 산행기
1993.01.01 Views 16 김호중
오늘은 비가 많이 올거라고 기상청은 계속해서 떠들고 옆지기는 이번주에도 같이 산에 갈수 없다. 비가 온다는 말에 딸은 “아빠가 무서워, 내가 무서워” 하며 산에 가지 말라고 말린다. 11시가 되고 우리 동네는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많다. 오랜만에 허고문님이 안내 하시니 등록 하지는 않았지만 주섬주섬 산행 준비를 한다. 화정역에서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허감사님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수유역에 내려 택시로 가는데 4.19 탑을 좀 지나 김유영 씨와 합류<택시기사 아저씨가 친절했음>아카데미 하우스에 도착했다.
허고문님을 비롯한 많은 사장님이 계셨다. 그런데 오늘 오르기로 한 아카데미 하우스 계곡은 많은 비의 예보에 입산 금지다. 모두들 돌아나와 이준열사 묘를 지나 식당 쪽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식당 주인인지 산에 오르는 우리를 보고 입산 금지 때만 이리로 오시냐며 한마디 한다. 그런 식당 주인을 향해 “안전 산행 할께요” 라고 말하고 앞으로 계속 전진.







이 산길은 높이 자란 활엽수가 많아서 그런지 해가 잘 들지 않아 그런지 오르는 내내 이끼가 많이 끼기도 하고 음습한 느낌의 돌계단 길이다. 여름의 산행 날씨는 덥고 땀나고 헉헉대고, 거기에다 오늘은 하늘에 몰려 다니는 물먹은 구름까지 습기를 온 몸으로 받으라 한다.
비가 올까봐 혹은 더워서 반바지 차림으로 오르는 대원들 대부분 바지가 달라 붙는지 걷거나 혹은 얌전한 색시 치마 밟을까 조심하듯 두손으로 바지 자락을 잡고 오른다. 삼거리 <진달래 능선. 대동문. 아카데미 하우스> 쯤에서 김유영씨의 알큰 방울 토마토와 허감사님의 빵으로 더위를 잠시 잊는다.
아직도 비는 오지 않는다. 가끔씩 바람에 후두둑 잎새에 붙어있던 빗방울이 떨어질 뿐이다. 어느덧 대동문에 도착. 물 담으러 갔던 대원들 모두 도착 할때까지 휴식. 대동문 한편에 그동안 못 봤던 의약품 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붕대. 반창고. 소독약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휴대폰의 보급으로 연락이 용이해서 이런것도 할수있구나 생각하며 돌아본 순간 내 손에 있어야 할 모자가 없어졌다. 혼이날일이다.
출발, 대동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려면 보국문을 지나야 하는데 보국문은 암문처럼 되어 있어서 지났는지 말았는지 모르겠다. 대성문을 가는데 누구는 봉우리로 또 누구는 능선길로 길을 잡는다. 비는 오지 않고 운무만 골짜기 안에 가득차서 시계가 좁다. 대성문을 앞에 놔두고 산으로 오르는 장정화 대원을 만났다. 이렇게 흐리고 비오는 날에는 산에서 길 잃기 쉽다고 조심해야 한다고 허고문님이 뒤에 오시며 말씀 하신다.
모두들 대성문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현판쪽의 형제봉 길로 출발. 대성문 길도 능선길로 왔는데 형제봉 길도 능선길이다. 룰루랄라<난 아마 진정한 산꾼은 아닌듯> 산길도 편안하고 복잡하던 등산로가 우리 것 인양 널럴 하고 바람은 살랑 살랑 불고
형제봉 앞에 도착. 형제처럼 고만고만 붙어있는 봉우리라 이름이 형제봉 이겠지. 두 번째 오는 길이지만 오늘도 지나치기로 한다. 누구는 형제봉으로 누군가는 옆길로 또 어떤이는 저 앞의 돌봉우리로, 형제봉 다녀오는 대원 기다리며 휴식.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데 바람이 보이는 듯 하다. 무더운 여름 산행같지 않게-
시~원 하다. 상 ~쾌하다.
저 머얼리로 팔각정이 봉우리 봉우리 넘어 보인다. 출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니 암자로 들어 가는 길에 개가 배웅 해주고 좀 지나 삼거리에서 움직이는 이정표회장님이 윗길로 오르라 안내 하신다. 위로 오르니 삼각산 여래사 라나는 절의 일주문이 보인다. 절 옆에는 죽은 뒤의 안식처 돌탑 납골당이 있다. 납골당 정자에서 휴식하고 다시 출발. 오르고 내리고 몇 번하니 지친 걸음은 어느덧 팔각정 도착. 많은 사람이 즐기는 곳인지 지하 주차장도 있다. 비가 온 듯도 아닌 듯도 한데 가족 나들이 객이 많다.
이제부터는 북악산길 산책로가 쭈~욱 이어진다. 서울시의 공원길은 경기도의 그것 처럼 잘 정비 되어진 것 같다. 산쪽의 안전 시설도 시원한 디자인으로 목적없이 세워져 있는 듯이 보기좋다. 또한 시설물 가리막도 콘크리트가 아닌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속이 궁금해진다.<청와대 뒤편이라 군사시설이 있지 않을까?> 은평구*공원길을 지나 종로구 공원길로 이어져 있다.
종로구 체육 시설을 어느 정도 지났을까, 비가 드디어 오기 시작한다. 비가오니 숲은 어둠에 쉽게 싸여간다. 내 몸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잎새에 떨어지는 빗소리 간간이 들리는 자동차 소리, 내 발자국 소리만이 숲의 고요를 깨운다. 모두들 앞서가고 움직이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 하신다. 차길을 건너니 앳된 초병이 무심히 바라본다. 길이 없을 듯 한데 잘 다듬어진 길이 있고 식당이 있다니 신기하다 생각하며 내려오니 평창동 뒷길이다.
식당엔 알록달록 예쁜 만둣국이 차려져 있다. 오늘 저녁은, 안내 해주신 허고문님이 어제 받으신 인세로 사주시는 거다. 즐거운 식사중에 이정일 고문님이 들어오신다. 산 어디에선가 만나기로 했는데 만날 수 없어서 식당으로 오신 것이다. 그리고 강 부회장님은 거의 끝까지 오셨는데 바쁘신 듯 식당에는 오시지 않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굵은 비가 보란 듯이 바람과 함께 내린다. 모두들 우의를 꺼내 입고 비를 피한다. 장대 같은 비를 맞으며 집으로 고고.
제 모자요, 임순재 총무님이 잘 관리해 주셔서 집가지 가지고 왔지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김호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