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토요산행기

[1244회] 북한산 단풍산행기

1993.01.01 Views 27 imsuy

 

이번 주 산행은 백두대간 팀, 정기산행이 오전 오후 팀으로 나뉘어 각각의 목표가 다른 산행으로 실시되는 날이다. 기존의 암벽1기 졸업 기념으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우리산악회 최초 정코스 등정을 인수봉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나는 초창기 허 고문님 안내로 가장 쉬운 북벽코스로 5회정도 오른 경험이 있지만 발전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오후산행으로 등록하였다.

오늘 날씨는 오랜만에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청명하고 산행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날이라 오랜만에 북한산 단풍 갤러리를 상상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여 길음역을 지날 때 오전 팀에 등록한 최 회장전화가 왔다. 북경에서 비행기가 안개로 11시간 지연된 탓에 새벽 2시에 도착하여 오전에 참석을 못하고, 오후 팀에 참석한다고 한다.

김윤배 회원하고 2명인 줄 알았는데... 최 회장과 수유역에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려는 승강장에서 등록하진 않은 김현호 회원과 합류하여 함께 그린파크 입구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데 김윤배 회원이 처음길이라 택시로 호텔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오늘 암벽은 10여명이 오전부터 오후에 인수봉에서 하강이 이르면 우리는 산행이 짧아야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한 코스로 바꾸어 안내를 자청했다. 오늘 정코스는 사람이 많아 번거로울 것 같아 아예 호젓한 오솔길로 워킹 위주로 맨 아래 그린파크 입구에서부터 기도원을 지나 소귀천 계곡 입구 화장실 뒷길로 가는데 공원 관리원이 제지한다.


거부할 수 없어 소귀천 계곡으로 한 불럭 더 간 위치에서 방향을 잡고 우측으로 진입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단풍이 시작이라 별로였는데 1주일 만에 완전한 단풍으로 절정기가 되었다. 이 코스는 예상코스를 약간 빗나간 위치이지만 그야말로 호젓한 낙엽 쌓인 북한산을 우리 4명이 전세낸 기분으로 시작부터 곱게 물든 단풍의 향긋한 냄새와 함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한참 후에 작은 계곡을 지나 오르니 예상코스의 길을 찾았다. 완만한 오르막길 다음에 가파른 고개를 오르니 도선사 위로 병풍처럼 펼쳐진 오색찬란한 능선 너머로 인수봉 정상이 보인다. 지금쯤 암벽팀을 인수봉 정상에서 쉬고 있을 시간이다. 가능하면 백운산장이 보이는 산장앞 능선에 올라 전화를 할 계획으로 서둘렀다.

최 회장은 간밤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고, 김현호 회원은 불도저 같은 패기가 넘치지만 암능(릿지)에 적응이 덜된 상태이고, 김윤배 회원은 특유의 맨발의 사나이로 훈련되었지만 맨발이라 암능 사이의 홈을 이용할 때는 맨발로는 불가항력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 혼자 마음만 급해서 될 일이 아니다 판단하고 서벽 하강지점이나 백운 대피소에서 암벽팀과 합류는 포기했다.


우리 팀 페이스에 맞추어 만경대 정상에서 내려 온 도선사 위 오른쪽 능선을 타고 가는데 장애물 암능이 가로막아 시간을 보내면서 고생 끝에 포기하고 하산하는데 최 회장이 2~3m 정도 슬립으로 장단지가 깎이면서 피를 보았다. 아예 처음부터 우회길로 가라하고 왔기에 이제는 앞에 간 김현호 사장님이 처음길이라 걱정되었다.


우회 길도 낙엽이 쌓이면서 길이 식별이 안 되는데 잘못되어 이산가족이 되는 것 같아 아이야~야~야~야로 신호를 보내면서 쫒아 가는데 다행이 방향이 맞아 뒤쫒아 가는데 이건 심마니가 된 기분이다. 오색 단풍이 불태우는 숲속에 푹 빠져 미로를 헤매면서 길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쉬면서 알고 보니 4명중 3명이 피를 보았는데 곱게 물든 단풍이 좋아서 고통은 잊은 체 행복한 모습들이다.

왼쪽 능선을 타야하는데 암벽 팀은 하강하여 백운대로 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도 코스를 바꾸어 암벽 연습바위를 찾아 아래로 하산을 시작했다. 가는 곳 마다 단풍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산행 시작부터 시종 단풍속에서 산행은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디카의 셔터를 원 없이 눌러 가을 단풍갤러리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전화위복이 되었다.

간간히 암벽팀과 전화 연락으로 위치를 파악하면서 합류지점을 변경하면서 능선하나를 넘고 하산하다 보니 도선사 광장에서 하루재로 올라가다 보면 화장실 위에서 왼쪽으로 입산금지라는 표시가 있는 구 길로 하산하게 되어 기다리고 있다가 암벽팀을 모두 상봉하여 각자의 목표산행으로 만족해하였다.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 도선사 광장까지 도보 30분 거리를 운동량이 부족한 회원들은 걸어서 쌈밥집으로 향하고 일부는 차량으로 하산하여 만찬은 김현호 회원께서 소맥에 삼합, 파전, 튀김, 팟죽을 제공하여 모두 박수로 답례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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